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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Sep 09. 2022

좋아한다는 건,

2년 전,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에 자주 등장하던 배우의 이름이 로버트 드니로라는 사실을, 그가 등장한 약 7번째 영화를 보다가(심지어 인턴은 거의 30번을 족히 봤다) 이름을 검색해 본 내 모습에 나는 스스로 꽤 충격을 받았다. 


좀 더 솔직히 적어보자면, 사실 로버트 드니로 외에도 나는 그때까지 로빈 윌리암스도, 크리스찬 베일도, 심지어는 해리포터의 광팬임을 자처하면서 조니 뎁의 얼굴 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평소 취미가 무엇이냐, 는 물음에 항상 영화 감상은 빠지지 않았건만. 이쯤 돼서 보니 나는 진정 영화를 좋아했던 걸까 의구심이 든다.


그 후 나는 내가 좋아했던 영화 속 배우들을 하나씩 돌아보며 그들의 필모를 되짚었는데, 그들 중 서너 명이 함께 나온 영화를 발견했을 땐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과연 나는 영화를 좋아했던 걸까.

그저 유명한 영화라는 겉모습 때문에 봤거나,

혹은 내 정신을 잠시 피난시킬 도피처로서 영화를 대한 건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영화의 배우들을 한 명씩 익히며 나는 배우를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배우가 선택한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그 배우는 물론 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해하고 나니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라는 건 바로 계속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실망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될지라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과 좋아함의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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