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매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일기를 쓸 때 우리는 객관적인 사실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느낌을 함께 기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기를 쓰는 행위는 업무 회고와도 맞닿아 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로, 매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개인적 차원을 넘어 팀과 공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기획자로서 팀 단위로 스프린트별 분기별 회고도 진행하고 있지만, 개인의 업무 회고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귀찮기도 하지만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매일 하는 업무에 대한 기록이 쌓이면 절대적인 경험치가 된다는 것. 매일 무언가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겪고, 문제를 해결하며 깨달은 부분을 매일 기록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 것이 아닌 게 된다는 걸 알게 된 셈. 하루 동안의 얻은 인사이트들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휘발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야 더욱 선명해지고, 나만의 재료가 되거나 팀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보"로 재탄생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회고는 기획자로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회사에서 우리는 늘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정해진 일정과 요구사항에 맞춰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회고를 통해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은 스스로를 다시 능동적이게 만들어 준다. 회고란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회고를 통해 주어진 업무와 상황을 내 방식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일에 대한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고, 성장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또한 잘한 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업무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은 꽤 익숙해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막연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고려하며 회고 방법을 고민했다.
매일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하루만 지나도 어떻게 일했는지 잊어버리게 되고 기록하더라도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매일 회고하려면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복잡하거나 적을 게 많으면 자연스레 미루게 되니까.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단순함을 고려했다. 단순할수록 습관으로 정착하기 쉬우니까.
회고를 위한 다양한 템플릿이 있지만, 나는 KPT 회고 템플릿을 선택했다. KPT는 잘한 것(Keep), 아쉬운 것(Problem), 실행할 것(Try)으로 나누어 작성하는 방식이다. 템플릿으로 회고하면 작성하기도 쉽고, 추후 리뷰할 때도 파악하기 용이하다.
위 링크를 클릭하면 내가 사용하는 KPT 회고 템플릿을 확인할 수 있다. (템플릿을 사용하기 위해선 ALLO 가입이 필요하다) 페이지로 이동했다면 화면 좌측 상단에 표시된 문서 이름 옆 '...' 버튼을 누른 후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본인이 사용할 프로젝트에 손쉽게 복사할 수 있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어서 첫 장에는 KPT의 정의와 함께 관련 영상과 링크를 추가해뒀었다.
회고용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면, 관리는 본인이 편한 대로 하면 된다. 나의 경우엔 월별로 나누고, 매달 말에는 전체적인 회고 리뷰를 진행했다.
페이지 제목으로 오늘 날짜를 입력한 후
Keep: 오늘 업무 중 만족했던 부분과 지속하고 싶은 부분
Problem: 오늘 업무 중 진행을 방해했던 부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
Try: Problem에 대한 해결책과 당장 실행해 보고 싶은 것
위 순서대로 채워나가면 된다.
⚡️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게 중요
적을 게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Keep과 Try는 사소한 거라도 있다면 적길 바란다.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았던 점과 해야 할 것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후 업무 몰입도를 높여주면서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요소가 된다.
종종 지인들이 묻는다. "주간 회의, 월간 보고 등 벌써 할 일이 많은데 왜 매일 업무 회고까지 하느냐" 사실 나도 귀찮다. 고작 10분이라지만 그 10분 동안 하루를 복기하며 객관적으로 기록하는게 쉽지 않다. 처음 시작할 때는 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지속하는 이유가 있다.
한번은 개인 사정으로 회고를 하루 빼먹은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 내 모든 일과가 조금씩 지연되고 엉켜버렸다. 전날 밤에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뒤죽박죽 엉켜버린 하루 일정을 풀기 위해 다시 전날의 회고를 적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알게 모르게 회고에 도움을 받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KPT 회고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 정답은 아니다. 만약 이 방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템플릿도 많으니 과감히 버려도 상관없다.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시도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회고법을 찾는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