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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Jun 20. 2019

스타트업에 굴러 들어온 돌,
박힌 돌이 되다.

새싹 에디터의 일기-1

작년 이맘때쯤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선배한테 연락이 왔다. 


"요새 너 뭐하냐, 놀지 말고 알바나 할래?"


선배의 일침이 나를 뜨끔하게 했다. 와 나 놀고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이 양반? 당시 막 학기를 남겨두고 학교 화석이었던 나는 6학점을 듣고 있었고 캐나다로 연수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되어 쉬고 있었다. (사실 그냥 한량 같은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취업이라는 산이 코 앞에 있으니 막막하고 두려웠고, 여유로웠던 캐나다 생활과 다르게 내 동기들은 스펙 쌓기 바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한 때였다.


"무슨 일인데요? 돈 많이 주는 거예요?"


"별건 아니고 와서 나랑 같이 마케팅이나 해볼래?"


마케팅이란 말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대학교 4년 내내 배웠던 과목이기도 했고 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싶었던 나는 '오 이거 스펙이 될 수도 있겠는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홀린 듯이 그 '알바'라는 미끼를 승낙했다.



네? 글을 쓰라고요?


일주일에 두 번 강남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인천으로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강남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상상 속 커리어우먼은 한 손에는 커피, 목에는 사원증을 걸고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은 마치 김비서가 왜 이럴까의 박민영 같은 모습? (상상력이 풍부한 편) 

게다가 출근한 장소는 강남에 있는 한 공용 오피스였다. 처음으로 가본 공용 오피스는 휘황 찬란했고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일하시는 분들도 소개를 받았다. 아무리 내가 관종끼가 있긴 하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적응하기는 힘들었다. 첫 출근을 하자마자 회의에 들어갔고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자리를 지켰다. 첫 회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불편하고 어려운 자리였다. 


회의가 끝난 후, 에디터분이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에이미님이 글 쓰시는 거죠?"


"네..? 글 이요..? 무... 슨.. 글...?(동공 지진)"


"정보성 글은 에이미님이 쓰시는 거 아닌가요?"


옆으로 다가온 선배가 말했다.


"앞으로 서브 글은 네가 쓸 거야, 나랑 한번 해봤잖아. 출근해서 일정표에 맞게 2개씩 써. 에디터분이 도와주실 거야. 할 수 있지?"


그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내가 당했구나, 당했어. 글이라고는 대학교 때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쓴 게 마지막이었는데…. 게다가 내가 써야 하는 글은 나에게 너무 어렵고 생소한 분야였던 거다. 뇌에 정지가 와서 한참 동안 말을 못 했다. 


결국, 나는 이 일에 발을 들여 버렸고 매주 정해진 일정에 따라 글을 쓰고 퇴고하고 무드에 맞는 사진을 서칭 한다. 작년 6월에 시작한 이 일을 현재까지도 맡아서 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덧 1년 차가 되어 가고 있는 막내 에디터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에이미입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에디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내가 에디터(?)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2018년 8월, 알바에서 인턴으로 11월에는 인턴에서 막내 에디터(정직원)로 고속승진을 하게 되었다. 매주 2~3건의 콘텐츠를 쓰고 업로드하고 기고해주시는 다른 에디터분의 글을 읽고 편집하는 일을 하면서 현타도 왔다. (내 주제에 무슨 글쟁이인가.) 


무엇보다 내 또래 친구들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거나 안정적인 회사에 빠르게 자리를 잡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제대로 된 취업 준비를 해보지 못해 '내가 하는 일이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터라는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엄청난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콘텐츠는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어 결과가 바로 나타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쓴다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수정하는 것 외에도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막내 에디터의 일기,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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