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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같은 하루

우발과 패턴(마크 뷰캐넌)

by 허사이

참으로 오랜만에, 우발적으로 집어든 책을 읽고 우발적으로 쓴다. 우발우발.


세상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다.

정규분포와 멱함수.


산불, 지진, 모래더미, 자석, 종의 소멸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은 멱함수 패턴에 속한다.


작은 움직임은 보통 별 탈 없이 지나간다.

별 탈이 없다는 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영향이 미미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에 가깝다.


하지만 같은 크기의 움직임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행히, 파국은 드물다.


결과가 미미하든 치명적이든, 모두 작은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멱함수 패턴은 곧 자기 유사성, 프랙털이다.


임계 상태란,

좁은 공간에 갇혀 서로를 끊임없이 밀치다

누군가는 짜증 내다 말고, 누군가는 폭발하는 것과 같다.

빛과 열을 발산하며 가라앉는 ‘들뜬상태’와는 다르다.


한번 폭발하면 모두의 화가 풀릴까? 알 수 없다.

피투성이가 되어 모두 나자빠지면 잠시 잠잠해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바탕 주먹다짐 뒤에도 서로를 노려볼지도 모른다.


멱함수 패턴에서는 화가 영원히 가라앉지 않는다.

시간은 약이 아니라 기름이다.

서서히 스며들어, 결국 다시 임계 상태를 불러온다.


이쯤 되니 궁금하다.

자기조직화하는 임계성은, 엔트로피 법칙과 모순되지 않는가?


친절한 ChatGPT가 알려준다.


엔트로피 법칙은 모든 우주(닫힌 계)가 결국 무질서로 향한다는 큰 그림을 말하고,
자기조직화된 임계상태는 그 과정 중 일부 열린 시스템에서 잠깐 나타나는 작은 질서를 설명하는 거야.
둘은 층위가 다를 뿐, 근본적으로 충돌하지 않아.


뭔가 교묘하게 빠져나간 느낌이다.

‘계는 정하기 나름 아니야? 무엇이 열렸고 무엇이 닫혔는데?’

욱하며 질문이 스쳐가지만, 더 따지지 않는다.

어차피 막말하는 녀석을 이길 수 없다.


오늘도 치열하게 살았더니 피곤하다.

침대에 눕는다.


어쩌면,

푹 자고 일어난 상쾌한 아침이 아니라,

땀에 절어 축 쳐진 저녁이 임계 상태일지도 모른다.


내일은 어떤 날일까?

일기예보가 아니라,

내일의 운세를 찾아본다.


누군가는 불안을 이겨내고 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침대에 누워 밤하늘 어둠 속 블랙홀을 떠올리며 지구의 멸망을 기다릴 것이다.


자,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대기만성이라거나 운도 실력이라는 말은,

결국 성공한 자들의 사후적 고찰이다.

자기 과시에 불과하다.


나비효과는 작은 몸짓이 큰 파장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알 수 없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소크라테스는 과연 현인이다.

문득, 나는 철학을 과학으로 증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결국 우리는,

무지 속에서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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