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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Aug 17. 2022

고등어회와 노을

지난 주 금요일에 지원이가 제주로 내려왔다. 원래는 오가는 길이 험난해 오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날씨 좋은 제주의 사진을 쉼없이 보내다보니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4박 5일 동안 알차게 다녔다. 지난 제주 여행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식사인 딱새우회와 라면을 재현했고 유명한 디앤디파트먼트에도 갔다. 도민만 알 것 같은 LP바도 갔고 함덕에 가서 가장 제주스러운 바다를 구경했다. 만춘서점에 가서 읽을거리를 사기도 했다. 길가다 예쁜 머리띠를 발견해 사주기도 했고 고등어회도 먹었다. 고등어회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창밖을 보니 딱 일몰 무렵인 것 같아서 나가봤는데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광경과 마주했었다. 감격스러운 마음을 안고 들어가 회를 먹었는데 그 광경을 잊을 만큼 황홀한 맛이었다.


고등어회와 노을


숙소에 들어와서는 유튜브 예능이나 좋은 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걸 먹었는데 하루의 마무리로 최고였다. 또 우리는 날마다 물놀이를 했다. 아침 러닝을 뛰고난 뒤 이호테우에 뛰어들기도 했고 곽지에도 갔고 함덕에 또 가서 파라솔 아래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피부가 다 탄 채로 들어와서는 케익을 먹으면서 또 영화를 보고...


나는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혼자 있는 시간동안 제주를 담으면서도 마음 한 켠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원이 있는 동안에는 그러지 않았다. 하루 종일 붙어있다보니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다가도 멈췄다. 눈 앞의 행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지원은 어제 서울로 올라갔다. 나도 내일 모레면 여행을 마치고 올라간다. 함께한 4박 5일은 시간이 빨리 갔다. 인생에 다시 없을지 모를 시간이 훅 지나가버린 게 아깝지만 그만큼 순간 순간이 즐거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공항에 바래다주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딘가 헛헛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딱 맞춰 비가 내리기 시작하기도 해서 혼자 뭘 해야할지 떠올리기 어려웠다. 지원도 마찬가지의 마음이었지만 오늘 다시 회사에 출근하고 나니 전보다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실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혼자이더라도 남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는... 일상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가 조금 부끄러웠고 또 내 옆에 지원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밤의 이호테우와 핫도그를 든 나
못 올린 내 사진들. 혹시 궁금할까봐 (ㅋㅋ)


지원


서로를 참 많이도 찍어 줌


낮과 밤 눈에 걸린 풍경들. 오징어배 광경을 보고 싶었는데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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