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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Aug 21. 2022

"우정이 성숙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본가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고나면 거실에 모여 다같이 TV를 본다.


그때 난 평소에 전혀 보지 않던 프로를 보게 된다.


아빠가 집사부일체라는 예능을 틀었다. 정준호와 신현준이 게스트였다. 핸드폰 만지다 힐끗, 미유랑 놀다가 힐끗. 보는둥 마는둥 보다가 시선을 돌리게 하는 말이 들렸다. 신현준의 목소리였다. "우정이 성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현준과 정준호는 친하다. 신현준이 말도 없이 정준호의 부모님을 찾아뵐 정도로 친하다. 방송 내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그들의 친분을 증명했다. 둘은 서로의 표정만 봐도 마음을 읽는 듯했다. 죽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미소가 지어졌다. 자기들끼리만 아는 얘기를 하는데도 보는 사람이 어찌 그리 즐거운지. 좋은 우정에는 모두를 웃게 하는 힘이 있나 보다.


그런 장면들 뒤에 시간이 지나면서 우정도 성숙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나이 50 넘은 남자들이 한다. 나는 그 말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우정이 성숙하고 농익는다. 우정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부분 중 하나가 돼간다.


인생을 채운다면 내용은 사랑과 가족, 그리고 우정이 돼야하지 않을까. 그런 우정이 갈수록 성숙해져간다니. 단순히 나 이 사람과 친하다는 말이 아니라,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얘기로 들렸다.


나는 좋은 우정을 쌓고 있지 못하다. 아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결혼식에 올 사람은 적지 않을지 몰라도 당장 나와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상대가 누구일까 하면, 자신있게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일이 있었다. 어린 나의 고집이나 쓸데없는 에고도 있었다. 믿었던 친구가 뒷통수를 친 일도 있었다. 하여간 어쨌든, 내 인생의 부족한 부분이 무언지 생각해보게 된 밤이었다.


본가 지붕에 올라간 미유. 미유는 겁아 많아 밖에 못 나가는데, 2층 창문을 통해 지붕에는 곧잘 올라간다
제주가 그리운 나를 위로하듯, 제주 못지 않은 하늘이 나를 반긴 날이었다


새삼 너무 예쁜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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