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 일기 (4) 여행 사이
포지타노에서 3박을 한다고 하면 모두가 ‘카프리 섬에 다녀오면 되겠네!‘라고 이야기한다. 카프리 섬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포지타노 3박은 조금 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행기 표, 숙소만 예약한 채 남편에게 일정과 식당 그리고 중간중간 교통편에 대한 준비를 모두 일임한 (이번 여행만큼은) 게으른 나에게 카프리 섬이란 거의 다른 나라로의 이동만큼 귀찮고 번거로운 선택지였다. 그 대신 포지타노를 벗어나 딱 한 곳, ‘피요르드 디 푸로레(Fiordo di Furore)’에 다녀왔다.
아는 사람만 간다는 협곡 아래 숨겨진 바닷가를 가기 위해 포지타노 언덕 꼭대기에 올라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렸다. 멀미가 나기 직전에 도착한 푸로레. 아말피와 포지타노를 오가는 버스를 타야 해서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에 갔다가는 자칫 만석 버스를 여러 대 보내고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이른 아침에 다녀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해가 미처 바다에 닿지 않아 에메랄드 빛 해안은 보지 못했지만 얕은 파도가 돌에 닿아 찰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다를 즐기고 왔다. 꼭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오토바이나 렌터카가 있다면 드라이브 겸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법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이른 시간대에 가기를 추천한다. 해수욕의 만족도는 몰리는 인파에 반비례.
*오후 시간대에는 파라솔 대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샤워 시설은 별도로 없음
로마에서 포지타노까지 가는 방법은 기차와 배를 혼합하는 복잡한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우리는 로마에서 출발하는 남부 투어에 얹혀 버스로 이동했고 이 방법이 가능한 투어를 찾는다면 이게 제일 편한 방법이 될 것 같다.
로마에서 아침 6시 반에 출발해 중간 관광지인 폼페이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관광을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남부로 오는 일정.
폼페이에서 단체 투어에 참여하지 않아 30분 정도 자유 도보 투어를 했는데 더워도 너무 덥고, 바람마다 날리는 모래 덕에 콧구멍과 귓바퀴에 검은 먼지가 잔뜩 끼어 힘들었다. 아마 폼페이에 대한 불만족은 포지타노로의 이동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포지타노에서 마지막 여행지인 피렌체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살레르노로 이동했다. 배로 훑는 아말피 해안의 멋진 풍경은 푸로레까지 향하는 버스에서 느낀 멀미와는 차원이 달랐다. 무조건 배로 이동하기를 추천한다. 포지타노 언덕에서 캐리어를 끌고 오는 수고는 전문 포터 아저씨에게 맡기는 것(짐당 10유로)을 매우 추천하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