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를 사려고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딘가에 널브러져 편하게 쉬고 싶다는 부부의 공감대.
비싸거나 싸거나 좋은 브랜드 거나 아니거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쉴 법한 공간이 필요했을 뿐.
연남동 집의 구조는 조금 특이해 부엌 옆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다이닝 룸’으로 사용했다. 6인용 원목식탁 하나를 넓게 두고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식탁은 예뻤고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어쩐지 오래 앉아있기에는 불편했다.
자고로 휴식이란 어딘가에 60도쯤 기울여 앉는 듯 누워 있어야 제 맛인데 지난 2년 동안 그러지 못했다. 물론 방 안 작은 소파에 누워 쉴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만족되지 않았다.
이사 갈 집을 결정하고 소파를 둘 ’ 거실’과 식탁을 둘 ‘다이닝 룸’을 함께 쓸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드디어 오픈된 공간에 휴식의 메카, 소파를 둘 명분이 생긴 거다.
막상 소파를 두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선택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세탁이 가능한 패브릭 소파를 살 지 주름이 멋스러워질 가죽 소파를 살 지. 크기가 아담한 2인용이 나은 지 누워서 쉴 수 있는 3인용이 나은 지. 그렇게 시작된 소파 여정이 3개월이나 이어졌다.
일본 브랜드인 가리모쿠 k체어는 꽤 오래 봐온 의자였다. 가죽보다는 이끼 빛이 감도는 초록색이 마음에 들었고 언제든지 1인용 의자를 더 하여 짜임새 있게 쓸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격대도 나쁘지 않았고 집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지만 막상 앉아보니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소파를 사려고 하는 단 하나의 이유 ‘어딘가에 널브러져 편하게 쉬고 싶다’에 부합하지 않았다.
국내 브랜드 여러 곳의 소파에도 앉아 보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꽤 합리적이었고 크기나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이 점이 가장 큰 장점 이면서 단점이었다. 어디에나 어울리지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파.
문을 열자마자 식탁이 보이는 삶은 꽤 단순하고 단출했다. 식탁 위만 깨끗하면 된다. 꽃이 든 화병 하나만 툭 놓아도 분위기가 사는 삶. 소파를 두자니 쿠션은 어쩌나 담요는 어쩌나 고민할 것이 많았다. 그렇기에 어디에나 어울려서는 안 됐다. 우리 부부의 분위기와 조금 더 어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새 집의 아이덴티티를 죄다 소파에 쏟은 듯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녔다.
집 근처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다는 브랜드의 소파를 보러 갔다. 물을 묻힌 걸레로 쓱쓱 닦아 내면 얼룩 없이 지워진다는 에코 클린 패브릭이 마음에 들었지만 왠지 조금 부담스러워 그저 검정 테이블만 하나 사 왔다.
성북동 언덕길 언저리의 덴마크 빈티지 가구를 파는 곳에 들렀던 날, 가을 풍경이 아름다워 기분이 좋았다.
많은 종류의 캐비넷과 의자를 봤지만 고르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구는 한 번 들이면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쭉 쓰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조금 감동받았다. 이사가 잦은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조금 다른 설명이었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귀한 마음으로 60년도 더 된 캐비넷을 골랐지만 이렇게 덜컥 사고 싶지는 않아 돌아 나왔다.
그 이후 몇 곳의 멋진 브랜드의 소파를 더 보았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패브릭 소파도 있었고 남편이 마음에 들어한 가죽 소파도 있었다. 사려니 덜 마음에 들고 안 사려니 갖고 싶은 그 정도의 마음.
이사의 지출 순위가 1부터 3까지 있다면 3 정도에 소파를 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편 덕에 마음에 드는 소파가 나올 때까지 보러 다닐 작정이다. 여전히 보고 있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2년을 사용하게 될지 20년을 사용하게 될지 모르는 법이지만 꼼꼼히 고르고 싶다.
그렇게 드디어 소파를 골랐다. 아주 질리도록 오래였고 그만큼 신중했던 선택. 어서 오라 소파가 있는 삶.
글을 발행한 후에도 끊임없이 검색되는 이 글을 보고 소파가 있는 삶에 대해 몇 글자 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고민을 거쳐 최종 결정한 소파는 잭슨 카멜레온의 그란데 3인용 소파. 생각보다 평이 없어 고민했지만 직접 성수동 쇼룸에 가서 앉아보니 이만큼 편한 소파는 없었다.
우선 등과 팔걸이의 쿠션이 모두 지퍼형으로 세탁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모든 쿠션을 소파에서 제거하면 데이베드로 누울 만큼 넉넉한 점이 큰 장점이다. 게다가 조금 더 넓은 거실로 이사하거나 가족이 늘어나게 되면 1인용 소파나 오토만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소파에 대한 고민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패브릭을 총 3개 컬러 중 고를 수 있었고 밝은 컬러톤이 눈에 들어왔지만 편하게 잘 쉬고 싶어 그레이 톤으로 결정했다. 쇼룸에서 구입할 때 소파가 햇살을 오래 받으면 색이 바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 육안으로 보기에 색이 바랜 느낌은 아직 없다. 혹시 있더라도 밝은 그레이로 변할 테니 오히려 환영! 다시 사진을 보는 이 순간도 베이지 컬러 그란데 1인용 소파를 들이고 싶다. 여보. 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