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일지8. 조화로 만들어낸 시들지 않는 꽃
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업적인 그리고 예술적인 작품을 공부하고 나니 절로 실크 플라워가 궁금해졌다. 실크 플라워 그러니까 조화는 대부분 생화의 차선책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때로는 생화보다 더 긴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운좋게 1년 여를 공부하고 있는 플라워 스쿨에서 실크 플라워를 처음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늘 꽃을 여러 차례 풀었다 쥐었다 하면서 생기는 손과 꽃 사이의 마찰이 안타까웠던 나에게는 화려하게 표현된 색감만큼이나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
아래는 수업에서 다뤘던 여러 작품들과 개인 작업 타래.
실크 플라워로 만든 첫 작품은 화관이었다.
화관은 언제나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볼드한 트로피컬이 가지고 있는 장난스럽고 화려한 무드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꽃이 표현하는 무게감이 무색할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가볍고 실용적이었던 작품.
척박한 화산석 위 이끼에서 피어나는 듯한 이 작은 호접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지 모른다. 그리고 모두가 감탄과 놀람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
자연에서 온 재료와 자연을 닮게 만들어진 재료를 함께 사용하니 그 둘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느낌.
책장 위에 두고 수개월 동안 충분히 감상하다 가족에게 선물했다. 그렇게 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자리가 가진 나름의 아름다움으로 감상되겠지. 정말로 아름다웠던 작품.
여름을 닮은 갈란드 작업을 할 즈음, 나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어 이 작업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만들어 오자마자 가족에게 선물했고 그 이후 몇 번이나 궁금해 여러 번 사진을 들춰보고 곱씹어보았다.
셰프들이 요리 재료에 사사로운 감정이 실리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꽃도 순전히 내 의도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꽃은 조금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꽃 자체의 차이라기 보다야 그 꽃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끝에 있던 불안함과 우울감이 비칠 새도 없이 언제고 다시 봐도 싱그럽게 위로되는 갈란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싹 말려진 목련 가지에 한 여름 목련을 틔웠다. 집 앞 목련 나무를 생각하며 희고 뽀얀 목련 꽃을 얹어 만든 작품. 거기에 잘 마른 스모크 트리가 이끼와 어우러져 멋진 화분을 만들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실크 플라워 작업을 했다. 생화로 혼자 작업했더라면 엄두도 못 냈을 대형 갈란드 작업.
2미터가 넘는 길이에 1박 2일간 쉬어가며 만들고 보강했다. 막상 벽에 걸고 보니 그 시간과 고민이 무색하게 마치 늘 걸려있던 것처럼 잘 어우러져 웃음이 났다.
그리고 작은 아가의 화관 작업. 100일에 만들었던 히야신스 화관의 인기가 좋아 이번에도 파랑과 보라를 섞어 작은 화관을 만들었다. 생화보다 오래 그리고 가볍게 쓸 수 있고 재사용도 가능하니 종종 좋은 날 오래도록 사용되기를!
매 번 꽃을 만들 때마다 나의 큰 기쁨이 다른 이에게도 큰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는다. 나의 좋은 마음은 아주 크게, 부족한 마음은 아주 조금만 반영되기를.
늘 행복한 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