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꽃 같네

취미일지1. 취미가 있는 삶.

by 나무

막연히 언젠가 꽃집을 좋아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꽃보다는 내 키를 훌쩍 넘는 나무들로 에워싸여 기분 좋은 습기를 뿜어내던 그곳의 공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취업 준비생을 졸업하던 5년 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의 품에서 서울로 독립하던 해 첫 꽃 수업을 등록했다.


어떤 동기였는지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시절 나에게 꽃 수업이란 그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취미활동’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한 번이 두 번 되고 그게 스무 번 정도가 되어 어느새 햇수로 3년째.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디에나 꽃이 피어있다.

There are always flowers for those who want to see them. - Henry Matisse



퇴근 후 꽃집으로 가는 것이 나의 저녁이 있는 삶 아니 취미가 있는 삶의 작은 루틴이 되었지만 어느 날은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 속상한 날들도 많았다. 그저 취미라 여기고 매 순간을 즐겼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처음 꽃을 잡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느 날은 너무 힘을 쥐는 바람에 튤립을 5대나 끊어 먹은 날도 있었고, 오아시스가 벌집이 되도록 여러 번 고쳐 꽂아 결국 그 자리를 비워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날들은 손 끝에서 나는 꽃 향기에 행복했고 뜨거운 내 체온에 꽃들이 고개 숙일까 걱정되어 가장 나중에 물에서 꺼내어 컨디셔닝을 하는 나를 보며 참 열심히네 라는 생각에 대견한 마음마저 들었던 날도 있었다.


사는 것의 대부분은 이렇게 활짝 핀 꽃을 바라보는 마음 같이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들로 채워지는 데 늘 머릿속에는 끊어져버린 튤립 5대만 남아 버리는 그런 아찔한 삶.


나의 이토록 사랑스럽고 동시에 꽤 비밀스러운 취미의 아름다운 것들, 손톱 아래 줄기 내음이 주는 기쁨을 나눠보려 한다. 나는 그렇게 여전히 꽃을 곁에 두고 살고 있다.



20190212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직업은 회사원, 취미는 꽃.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취미가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사는 게 꽃 같아 적어 내려가는 취미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