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 꽃을 만지고 있다.

취미일지2. 물론 플로리스트는 아닙니다만

by 나무

처음 꽃을 시작했던 2017년 봄. 그 무렵 나는 여러모로 심신이 지쳐 그저 7평짜리 좁은 원룸에 앉아 온통 하얀 선반들을 닦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삶에서 오는 빈 틈이 점점 벌어져 운동이나 산책으로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생신 꽃다발을 주문하러 들어 간 꽃집에서 좋아하는 꽃들을 고르는 내가 참 생경했다. 왜 그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는 지, 꽃과 리본의 색감을 왜 이렇게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지 내게도 낯설었던 나.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클래스를 들었다. 왜 가지를 사선으로 잘라 물을 올리는 지, 꽃과 풀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풀떼기들을 소재라고 구분하여 부르는 기본적인 것들을 배웠다. 호기롭게 내가 만든 작품을 양가 어머님께 선물 했었던 나의 불타던 처음 마음.


201805 Anomal studio - Hand-tied


결혼을 하고 신혼집 근처 골목의 푸르른 꽃집의 핸드타이드 코스를 등록했다. 세련되고 멋진 화분들로 가득 차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꽃집의 많은 구석이 닮아있는데다 선생님은 또 얼마나 세련되고 멋진 지. 늘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꽃을 두 번, 세 번씩 잡았지만 처음으로 꽃은 어려워, 라는 좌절감도 맛 보았다.



20190218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그렇게 어느덧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돌이켜보면 꽤 오래 흠모해오던 클래스를 등록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한 번, 이미 마감이 되어 또 한 번 등록하지 못했던 클래스. 이동 거리가 왕복 80km, 품 안 가득 안기는 작품 크기, 그리고 월요일 저녁이라는 단서조항에도 이번만큼은 기꺼이 시간을 내야만 했다. 더 늦기 전에 취미를 되찾으려고.


왜인지 걸걸하고 천방지축인 나와 이토록 여리고 아름다운 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매 주 꽃을 만지면서도 혹시나 누군가에게 오해를 살까 괜히 마음 상하는 말이라도 들을까 싶어 숨겨왔던 나의 큰 기쁨, 나의 취미!


누군가는 꽃꽂이라며 무드 없게 가리키고 누군가는 나 답지 않다고 말하는 나는 플로리스트는 아닙니다만 매 주 꽃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