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일지2. 물론 플로리스트는 아닙니다만
처음 꽃을 시작했던 2017년 봄. 그 무렵 나는 여러모로 심신이 지쳐 그저 7평짜리 좁은 원룸에 앉아 온통 하얀 선반들을 닦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삶에서 오는 빈 틈이 점점 벌어져 운동이나 산책으로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생신 꽃다발을 주문하러 들어 간 꽃집에서 좋아하는 꽃들을 고르는 내가 참 생경했다. 왜 그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는 지, 꽃과 리본의 색감을 왜 이렇게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지 내게도 낯설었던 나.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클래스를 들었다. 왜 가지를 사선으로 잘라 물을 올리는 지, 꽃과 풀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풀떼기들을 소재라고 구분하여 부르는 기본적인 것들을 배웠다. 호기롭게 내가 만든 작품을 양가 어머님께 선물 했었던 나의 불타던 처음 마음.
결혼을 하고 신혼집 근처 골목의 푸르른 꽃집의 핸드타이드 코스를 등록했다. 세련되고 멋진 화분들로 가득 차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꽃집의 많은 구석이 닮아있는데다 선생님은 또 얼마나 세련되고 멋진 지. 늘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꽃을 두 번, 세 번씩 잡았지만 처음으로 꽃은 어려워, 라는 좌절감도 맛 보았다.
그렇게 어느덧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돌이켜보면 꽤 오래 흠모해오던 클래스를 등록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한 번, 이미 마감이 되어 또 한 번 등록하지 못했던 클래스. 이동 거리가 왕복 80km, 품 안 가득 안기는 작품 크기, 그리고 월요일 저녁이라는 단서조항에도 이번만큼은 기꺼이 시간을 내야만 했다. 더 늦기 전에 취미를 되찾으려고.
왜인지 걸걸하고 천방지축인 나와 이토록 여리고 아름다운 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매 주 꽃을 만지면서도 혹시나 누군가에게 오해를 살까 괜히 마음 상하는 말이라도 들을까 싶어 숨겨왔던 나의 큰 기쁨, 나의 취미!
누군가는 꽃꽂이라며 무드 없게 가리키고 누군가는 나 답지 않다고 말하는 나는 플로리스트는 아닙니다만 매 주 꽃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