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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파 Feb 29. 2024

'굳이?'의 마음 이기기

새로운 도전을 방해하는 마음 '굳이?'

  아직 새해 목표를 세우기 좋은 2024년의 초입입니다. 올해의 목표 목록을 떠올려봅니다. 건강관리와 운전 배우기, 일터에서의 전문성 기르기에 이어 내 안에 들이고픈 삶의 자세에 대한 목표를 하나 더 세워봅니다. 바로 ‘굳이?’의 마음 이기기입니다. 새로운 시도 앞에 섰을 때마다 저의 발목을 붙잡는 마음이지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나도 글을 써야 할까?’ ‘집에서 쉬는 것도 좋은데 굳이 밖을 나가?’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굳이 이걸 배워?’ 이런 식으로 저의 도전을 방해하는 마음, '굳이?'. 나를 주저앉히는 마음의 목소리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올해 제가 가장 집중하고픈 목표입니다.


  어제도 ‘굳이?’의 마음을 이기고 이불 밖을 나와 외출을 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봄볕 같이 따뜻한 공기 덕에 기분을 환기했습니다. 이불속에 있었다면 놓쳤을 날씨입니다. 기분 좋게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으로 보이는 남학생 무리의 목소리가 왁자지껄 합니다. 한 학생이 표를 아직 사지 못했는데 지하철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 음성이 들립니다. 친구들은 ‘먼저 간다~’ 놀렸지만 낄낄거리며 기둥 뒤에 숨었습니다. 헐레벌떡 뒤늦게 뛰어온 학생이 숨어있는 친구들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습니다. 귀여운 학생들의 모습에 제 입 꼬리도 올라갔습니다. 굳이 뭐 하러 나가,라는 마음속 목소리에 항복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장면들입니다.


  경제적 수익이나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야 의미 있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세상에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취미도 그저 즐기는 것을 넘어서 최종적으로는 수익 창출이 목표가 됩니다. 본업만으로는 살기가 팍팍해진 세상 탓이겠지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떤 일을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익을 창출해 낼 정도의 수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경지에 이를 자신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굳이, 뭐 하러?’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모든 경험은 나에게 무언가를 남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패로 이름 붙인 경험마저도 고쳐갈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안에 다채로운 재료를 쌓아가고 싶습니다.


  뮤지션 우즈의 ‘굳이 DAY’가 청년들 사이에 유행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굳이?’라는 의문이 들 만한 일을 하는 날입니다. 조개구이를 먹으러 굳이 인천에 가거나 닭갈비를 먹으러 굳이 춘천에 가는 것이지요. 수고를 감수하면 누릴 수 있는 낭만을 지키려는 노력입니다. 팍팍한 세상의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굳이?”에서 물음표를 떼어내고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굳이 글을 한 편 쓰고, 굳이 배우고, 굳이 밖을 나가고, 굳이, 굳이. 무수한 굳이가 모여 한해의 끝엔 조금 더 자란 제가 있기를 바랍니다.      


굳이,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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