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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케이 Oct 19. 2023

유학일기 #2:
월스트리트 취업 성공! 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때 대학 생활을 시작했는데, 벌써 4학년이 되었다.

이번 학기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부담도 적다.

다른 때에 비해 훨씬 쉬운 수업들을 듣게 된 것도 그렇지만

이번 여름 인턴쉽을 했던 JPMorgan에 졸업 후에 정직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크다.

4학년이 이제 막 시작했는데, 취업이 이미 해결되는 바람에 마음이 너무 편하다.


많은 축하 속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제 아무 걱정 없겠네, 이제껏 열심히 달렸으니 마지막 일년은 즐겨!" 라는 말이다.

들어도 이상할 것 없는 축하말이지만, 내 마음 속엔 근심이 가득해졌다.

앞만 보고 죽어라 달려 여기까지 와서 이제 한숨을 돌리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내 주변엔 친구가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당연한 결과이다.

지난 3년간, 나는 오로지 대학원을 가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렸다.

학교 공부를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는 것, 졸업 전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

교수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내가 학교에서의 볼일이 다 끝나면

칼같이 집에가는 모습을 보고 특이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친구들을 사귀고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에 할애할 힘이 없었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내 할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통계 박사과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수학 실력을 증명해야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전공도 아닌 수학에 악을 쓰고 덤볐다.

마라톤을 뛸 수 있게끔 훈련을 한적이 없는데

무작정 마라톤을 뛰는 것만 같았다.

숨이 턱턱 차오르고,

매일 밤, 내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은 것만 같아서 눈물을 흘리다 잠들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소화제를 먹지 않으면 너무 쉽게 체했다.


2022년 가을 학기에 해석학을 들었는데,

이 학기가 제일로 힘들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20분인데,

몸과 마음이 너무 너덜너덜해진 상태라

학교까지 가는것 조차 너무나도 괴로웠다.

도착했을땐 이미 하루종일 쓸 힘을 다 쓴 것 같은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고,

이를 악물고 하루를 버텼다.


내가 이 말을 내뱉는다는 것이 믿기지는 않지만

친구도 없고, 건강도 망가트리면서 공부에 영혼을 바쳤던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외국인이지만

미국에서 제일 큰 은행에 취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이 봤을 때는 내가 그냥 승승장구를 하는 것 같겠지만

나는 그 나름의 대가를 치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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