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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케이 Jan 28. 2024

유학일기 #6:
뭣이 중허냐고 뭣이!

내 인생인데 내가 뒷전이었다.

"You need to take care of yourself!"

국제학교를 다니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활을 하면서

나를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과 advisor,

그리고 한참 앞선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다. 

특히 시험기간이 되고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 놓여있는 나를 볼 땐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를 잘 돌봐주고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내가 스스로를 너무 잘 돌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고 별일 없으니까 

절대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른들이 나에게 나를 잘 돌봐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실 때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했고(얼마나 오만한가!)

그저 어른들이 늘 하는 얘기지 하면서 흘려들었다.


경기도 오산이었다.

스스로를 돌본다는 것의 의미를 너무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얼마전에 겨우 깨달은 것이지만,

나를 돌본다는 것은 내가 그저 survive,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일들이 아니라

thrive, 튼튼하고 잘 자라서 번창하기 위해 하는 일들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태껏 survive, 즉 생존을 하면 충분하다에 가까운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나는 내 건방진 믿음과는 달리 

나 자신을 정말로 돌보고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건강한 식사를 하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습관이 될 정도의 노력을 하진 않았다. 

시간이 없고 급하면 외식하고, 

바쁘고 힘들다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아무 생각 없이 밖에서 커피나 음료수를 사 먹곤 했다.


건강한 식습관은 노력도 생각도 많이 드니까 

바쁜 와중에 지키려면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돈을 쓰면 편리하게 끼니와 간식이 해결되니까

힘든 걸 하기 싫다는 마음이 더더욱 커져

건강한 삶과 점점 멀어지게 된 것 같다.


최근 들어 거의 매 끼니를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요리를 해 먹고 있다.

외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 몇 회 외식을 할 건지,

 그리고 한 주 동안 외식에 어느 정도 비용을 쓸지 책정해서

극단적으로 제한적이진 않지만

대부분의 식사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밸런스를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요리해 먹는 모든 끼니가 밖에서 먹는 만큼 맛있진 않다.

간도 훨씬 약하고, 한 번에 대량의 음식을 만들어서

며칠간 똑같은 메뉴를 먹어야 할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요리를 해서 먹기 위해서는 

장도 꾸준히 잘 봐야 하고, 요리를 위한 시간을 내야 하니까

시간 관리에도 신경 쓸 부분이 늘어난다.


그래도 내 몸에 좋은 입력값을 넣어야

좋은 생각, 좋은 말과 행동이 출력될 것 같고,

장기적으로 내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부터 꾸준히 관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번 꾸준히 이런 식습관을 유지해 나가보고 싶다.


나는 몸속 순환이 생각보다 더딘 사람이다.

그래서 붓기도 자주 있고, 다이어트가 어려운 점도 있다.

뻔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나같은 사람은 스트레칭도 자주 해주고,

영양제를 잘 챙겨 먹어서 순환을 돕고,

수분도 자주 보충해줘야 한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내 몸이 순환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알면서도

전혀 신경을 써주고 있지 않았다.


스트레칭, 영양제 챙겨 먹기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해야 하니까 어려운 것이다.

매일 하기 어려우니까 자꾸만 학교가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를 앞세워

내가 꾸준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하곤 했다.

핑계를 대면서도 내가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

나는 나를 돌본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 직시하게 되었을 때,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요새는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바로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큰 노력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일찍 기상해서

매일같이 이렇게 해보니까

몸이 무겁거나 붓는 느낌이 거의 없다.


정말 우스운 것은 이런 생활습관을 가져야겠다

라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노력을 꾸준히 해보겠다고 마음먹게 될 때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다 알고 있는데,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노력하면 할 수 있는데 

왜 여태껏 안 했단 말인가.

이 부분이 스스로에게 가장 화가나는 부분이었다.


사실 꾸준함이라는 게 쉽지는 않다.

건강한 습관을 가지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실천이 어려우니까 많이들 포기하는 것 같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고.


그런데 내가 최근 깨달은 것은

'건강하게 먹어야 하는데, 운동해야 하는데, 살 빼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은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한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뭔가 많이 한 것 같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창피하고 스스로가 부끄러울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내가 한 게 무엇이 있나 살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단호하게, 바로 행동을 취하는 게 답인 것 같다.

뭐든지 하다 보면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나타나는 변화가 보이고

긍정적인 변화일수록 스스로를 보는 내 시선이 달라지고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 같다.


스스로조차 돌보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이 

아쉽고 후회되는 마음이 들지만

내 부족함이 뭔지 깨달았고, 인정도 하고 나니  

앞으로 나아갈 일밖에 없었다.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주 동기부여가 돼서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심을 다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지나 진정하게 내가 내 손을 잡고 

스스로를 알아주고 돌봐주면서

뿌듯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심 미래에 만나게 될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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