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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31. 2019

스시 타쿠미곤을 다녀오다.

맛의 세계를 알아보기

2019년 3월 29일 금요일, 스시 타쿠미곤을 다녀왔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에도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타쿠미곤 입구, 간판에서부터 숙성 스시라고 적혀 있어 그에 관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뜸 들일 것 없이 곧장 사진과 함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금껏 스시 효를 시작으로 해서 스시 코지마 그리고 스시 산원까지 세 곳의 스시 오마카세를 다녀봤지만, 숙성 스시를 취급하는 가게는 타쿠미곤이 처음이었습니다. 친구가 귀띔을 몇 번 해주었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스시 타쿠미곤으로 향했습니다.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야 스시 타쿠미곤이 위치한 건물이 보입니다.


스시 타쿠미곤의 상호가 새겨진 포렴(노렌)이 인상적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에 내리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스시 타쿠미곤 입구가 보입니다. 곧장 가게로 이어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가게와 마주하니 괜히 긴장이 되더군요.


깔끔한 내부.


얼떨떨한 느낌과 함께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개시 직전이라 종업원 분들만 자리를 지키고 계시고, 셰프 님은 아직 없으셔서 그 틈을 타 냉큼 사진을 찍었습니다.


준비된 식탁에 앉아 식사를 기다립니다.


준비된 자리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며 절임을 맛보았습니다. 무도 맛있지만, 뿌리줄기상추도 맛있었습니다. 일본어로는 야마쿠라게라고 한다는데, 산에서 나는 해초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해주시군요. 식감이 정말 해초 같습니다.


식전으로 나온 검은깨 묵.


식전으로 나온 검은깨 묵입니다. 엄청나게 찐득한 데다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묵을 먹는 것 같지 않더군요. 묵 위에 올라가 있는 연어알과 와사비, 차조기가 잘 어울렸습니다.


에비스 생맥주를 곁들였습니다.


맥주가 빠지면 아쉽지요. 식사 시작과 함께 에비스 생맥주를 한 잔 곁들였습니다. 초생강도 아삭아삭하고 상큼해서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줍니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서 나온 음식들. 나무 반상 위에 멋들어지게 배치되어 나옵니다.


본격적으로 초밥을 먹기 직전에 나온 음식들. 가장 위에 놓여있는 게 모즈꾸, 가장 왼쪽은 두릅튀김에 중앙은 쭈꾸미와 단호박, 마지막은 돼지고기 조림인 부타가쿠니입니다.


모즈꾸와 두릅튀김.


모즈꾸는 해초류의 한 종류라는데 초절임을 해서 상큼한 맛이 입맛을 돋워줍니다. 산마에 연화, 오렌지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튀겨먹으면 뭔들 맛있지만, 봄나물인 두릅도 튀기니까 그 맛이 더 각별합니다.


쭈구미와 돼지고기 조림


쭈꾸미도 아주 쫄깃쫄깃합니다. 약간 매운맛이 나는데 고추는 아닌 것 같고 겨자? 산초? 아직도 정체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호박도 단단한데 고구마 같은 단맛이 나서 단호박은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돼지고기 조림도 엄청나게 맛있어서 놀랐는데 비계는 녹고, 고기는 쫀쫀한 식감이 입에 착 달라붙습니다. 간장의 단맛과 짠맛도 아주 잘어울리구요.


빠르게 맥주 한 잔을 더 추가해서, 회와 함께 먹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지요.


채소와 육고기를 먹었으니, 이번엔 회입니다. 참치 붉은살, 참치 뱃살을 구운 것, 숙성한 고등어, 방어뱃살, 가리비관자 구운 것이 나왔습니다. 참치 붉은살은 특유의 그 피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신기했습니다. 참치 뱃살도 구워서 나오니까 그 기름진 맛이 훨씬 강해지더군요. 숙성한 고등어도 마치 구운 것 같은 식감이 느껴져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방어뱃살도 그 방어 특유의 맛이 강하게 살아나더군요. 괜히 입발린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숙성한 생선의 맛이 이런건가 싶어 놀랐습니다. 가리비 관자는 조개라서 따로 숙성을 하진 않으셨겠지만, 역시나 맛있었습니다.


겸사겸사 찍은 젓가락 받침대. 아주 귀엽습니다. 한 번 비교해보라고 내주신 생강 새순과 일반적인 생강.


생강 새순은 덩어리를 잘라서 주셨는데, 슬라이스된 것과 비교해도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질감이 훨씬 부드럽더군요. 젓가락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가 아주 귀여워서 시선을 끕니다.


우럭, 설탕과 소금, 식초에 절였고 계란노른자를 식초를 이용해 버무려 주셨습니다. 위의 갈색 가루는 3년 된 건조 간장이라고 하시더군요.


흰살생선은 생선 맛을 구별하기 어려운데 타쿠미곤에서는 생선을 숙성시키시는 데다가, 생선의 맛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시는 듯 했습니다. 우럭도 건조 간장 뿐만이 아니라 계란 노른자가 굉장히 잘 어울리더군요.


참돔, 단맛이 은은하지만 동시에 강렬합니다.


다음은 참돔. 참돔 자체가 단맛이 은은하게 나오는데 그 단맛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먹고 나서 깜짝 놀랐다니까요.


농어, 차조기와 레몬이 잘 어울렸습니다.


농어, 레몬즙을 발라주셨는데 아주 상큼했습니다. 안에 보이는 초록색 잎이 차조기인 것 같은데 차조기도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참지 중뱃살, 김말이가 아니라 참치말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참치 중뱃살을 김말이처럼 말아주셨습니다. 참치를 이렇게나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던 기회는 살면서 얼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숙성된 참치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오늘 곁들인 일본주, 쿠보타 만주.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사왔습니다.


오늘은 쿠보타 만주를 곁들였습니다. 초밥이 나오고부터는 맥주는 그만 마시고, 일본주로 넘어갔지요.


가쓰오로 육수를 낸 맑은국. 게살이 들어갔다고 하시는데 지금 와서 보니 다른 재료들도 눈에 띕니다.


기름진 입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맑은국. 아주 개운했습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생선, 금태. 맛은 정말 좋습니다.


금태는 약간 소금을 뿌려서 주셨는데 그 덕에 생선의 풍미가 훨씬 살아나서 입안에서 풍미의 홍수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맛있어서 눈이 휘둥그레졌네요.


전복 내장을 곁들인 전복.


전복 내장을 곁들인 전복인데 따뜻할 때 먹으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알겠더군요. 내장은 전혀 쓰지 않았고, 내장과 잘 어우러져서 어느 샌가 입안에서 사라지고 전복은 질기지 않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그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실파와 생강을 올린 전갱이.


어쩜 숙성된 생선들은, 마치 구운 것 같이 식감도 강한데 맛도 좋을까요. 전갱이도 실파와 생강이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짜지 않고, 간장의 맛이 생선의 맛을 배가시켜줍니다.


피조개, 조개는 숙성할 수 없다고.


조개류는 숙성이 불가능하시다고 말씀하시며 피조개를 내주셨는데 피조개도 훌륭했습니다. 의성어로 서걱이라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자신이 없는 그 식감이나 청량감이 좋았습니다.


방어, 숙성을 했기에 더욱 깊어진 맛.


방어 초밥, 방어는 철이 아니라고 하는데 숙성을 하고 무엇을 곁들이냐에 따라 여전히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듯 합니다. 2주 정도 숙성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훈연한 삼치, 훈연 자체도 좋지만 그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삼치는 구이로 자주 먹었는데, 이렇게 초밥으로 거기다 훈연한 상태로 맛보니 또 색다르더군요. 마치 구이 같은 식감이 나는 건 이제 놀랄 일도 아니지만, 훈연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습니다. 훈연은 맛을 좋게 하기도 하지만, 너무 강하면 재료의 맛을 숨겨버리니까요.


단새우, 레몬 덕분에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정말 드문 일 아니겠습니까. 입안에 넣으면 평소에는 느끼기 어려운 새우의 단맛이 아주 분명하게 느껴지지요.


껍질만 살짝 구운 청어, 구운 덕분에 더욱 풍미가 살아납니다.


청어 같은 생선은 절대로 비린맛 그 자체를 감출 순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그 비린맛을 어떻게 다른 맛과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껍질을 살짝 구워서 내주셨는데 청어의 비린맛을 신경쓰지 않고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꼬치고기, 제주도산 아구 가라아게, 방울 토마토를 데쳐 와인에 재운 것.


꼬치고기라는 생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흰살 생선을 껍질 채 구운 것만큼 맥주하고 잘 어울리는 안주도 드물겁니다. 아구 가라아게는 치킨 가라아게와 구별이 안 가는 맛이라 조금 재미있었네요. 와인에 절인 데친 방울토마토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알콜향은 가셨지만, 와인의 풍미가 느껴져서 좋았네요.


1년 5개월을 숙성한 고등어, 어떻게 그 긴 세월을 버텼을지.


상하기 쉬운 생선으로 알려진 고등어를 1년하고도 5개월을 숙성시키면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저는 썩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타쿠미곤에서 내주신 고등어를 먹어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살이 물러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세월을 견뎌내고 구이 같은 단단한 식감, 짠맛과 신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고등어 초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경험이었네요.


연어알을 태반 채로 내주셨습니다.


태반 채로 나온 연어알, 엄청나게 짤 것 같은 인상과 달리 그렇게 짜지 않습니다. 태반채로 나와서 그런지 식감이 일반적인 연어알하고 또 다릅니다. 짭짤하니 맛있었습니다.


키슈 난코바이 품종의 매실을 로얄젤리, 사과즙에 3년 간 절인 매실절임.


숙성 스시도 정말 맛있었지만 저는 타쿠미곤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매실절임(우메보시)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신 걸 좋아하는데, 이 매실절임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엄청나게 품격 넘치는 신맛이라고 해야 하나요. 단맛이 나는듯 마는듯하면서 신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그게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생선이 덜했다 이런 게 아니라, 생선들도 워낙 좋았지만 평소에 매실절임을 먹어볼 일이 없다보니 더 강하게 인상에 남더군요.


전어 초밥, 이것도 각별합니다.


상큼한 걸로 입안을 씻어낸 후에, 전어를 먹으니 전어의 맛을 보다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어도 평소엔 먹을 일이 없는데 이렇게 먹을 때마다 참 맛있는 생선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실파와 생강이 올라간 정어리.


아마 스시 오마카세가 아니고서야 앞서 나온 생선들은 물론이고, 정어리를 먹을 일도 없을 듯한데 정어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군요. 기름이 잘 올라왔다고 말을 해주셨는데 그말대로 기름이 올라와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맛있습니다. 실파와 생강도 잘 어울리구요. 쓰고 보니 군침이 도네요.


참치 뱃살을 구운 것


참치 뱃살을 생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구운 것도 정말 맛있더군요. 와사비를 엄청 넣어주셨는데 그걸로도 조금 부족해서 약간 느끼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소금 덕에 감칠맛이 더욱 살아나서 참치 뱃살의 맛을 아주 풍족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넘겨주신 성게.


성게입니다. 손으로 넘겨받아서 다소 지저분하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렇게 손으로 받아 곧장 집어넣으면 그런 생각도 사라지실 겁니다. 성게를 처음 먹었을 떄의 그 감동이 떠오르네요.


마무리를 장식한 곰장어(아나고).


곰장어(아나고)입니다. 이게 나온 순간 오늘 식사는 다 나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구운 생선의 맛은 언제나 최고지만, 아나고만이 가지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이만한 임팩트를 가진 생선도 없겠죠.


호지차.

따뜻한 호지차를 내주셔서 식사 마지막에 아주 개운하게 입가심을 했습니다.


표고가 들어간 우동.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의 면을 쓰셨다는데 기억이 잘...


우동도 아주 일품입니다. 초밥 전문인데 우동이 이렇게 맛있다니, 초밥을 먹고 난 후 따뜻한 국물과 면으로 마무리를 장식하니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앵콜로 선택한 매실절임,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과 곶감.


저는 앵콜로 매실절임을 한 번 더 먹었습니다. 생선을 한 번 더 먹어도 좋았겠지만 이 매실절임은 다른 곳 어딜 둘러봐도 못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디저트도 맛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쌀알이 씹혀서 그 식감이 재미있고, 곶감에 오끼나와 흑설탕을 젤라틴 형태로 굳혀 올려주신 것도 너무 달지 않지만 달짝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저희가 운이 좋았는지 가게가 한적했어서 셰프 님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며 설명을 곁들여주셨는데 덕분에 더욱 맛있는 식사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스시 타쿠미곤에서의 식사를 경험해보시길.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다시 한 번, 이런 기회를 선물해준 친구와 스시 타쿠미곤 셰프 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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