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키멜만, 『우연한 걸작』
반갑습니다!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에서 격주 금요일에 업로드 되는 코너 '책책책',
이번 주제는 '의외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책책'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습니다만... 새로운 코너명을 달고 다시 찾아온다는 거!)
방송은 3월 30일(금) 올라갔습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http://www.podbbang.com/ch/15135
저는 미국의 미술 평론가 마이클 키멜만의 『우연한 걸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2009년 출간된 책입니다. 주제를 받고, 나의 '재미'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가,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바로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웃음)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요.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다른 예술의 경지가 늘 감동스러워요. 가방을 수선하는 사람, 찹쌀꽈배기를 만드는 사람, 컵 쌓기를 하는 사람, 신발 고치는 사람까지 정말 엄청나요. 기술도 대단하고요. 심지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분도 계시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의미 없게 느껴질 영역에서 달인이 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예술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존재하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그런 것이 저에게는 재미 같아요. 삶의 모습, 사는 이야기가 있는 장면들 말인데요. 지금 소개할 책 『우연한 걸작』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예술에서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13쪽)에서 <뉴욕타임스> 수석 미술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키멜만이 발굴해낸 이른바 생활의 예술가들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크고요. '걸작'을 수식하고 있는 '우연한'이라는 말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데요. 책에서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 고전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치과 의사였던 프랜시스 힉스라는 사람이 모은 7만5천 점에 달하는 전구도 걸작이고요. 익명의 아마추어 사진가가 찍은 사진 한 장도 걸작입니다. 삶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던 오노 요코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사소한 일상을 예술로 포착해내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책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이 한 사람. 홀로코스트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샬로트 살로몬이라는 여성 이야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책 속의 문장을 읽어드린 후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녀는 온순하고 기운 없고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를 한 장도 남기지 않은 외톨이였고 공적 행사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은, 그러니까 작품을 제외하면 흔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찍은 사진에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을 때 혼자서 옆의 허공을 보고 있는, 키만 훌쩍 큰 그런 아이였다. "내성적이고 심각하고 창백하고 키가 크고 특징이 없는" 아이였다고, 샬로트 가족의 친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기억했다.(중략) 세상에 샬로트 살로몬 같은 아이가 얼마나 많을까? 그녀가 예술을 하지 않았다면 망각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163-164쪽)
작품이 아니었다면 먼지로 사라졌을 존재를 책에서 건져냈어요. 1917년 베를린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난 샬로트 살로몬은 1942년 <인생? 혹은 연극?>이라는 작품 하나를 완성했고요. 이듬해인 1943년 임신 4개월의 몸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읽어드린 내용처럼 샬로트의 작품 활동은 주변인들조차 거의 모를 정도였어요. 1300쪽에 이르는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그림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한 <인생? 혹은 연극?>이라는 이 작품은 사후에 공개가 되었거든요. 이 삶의 비극적인 면,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놀랍게도 저자는 이런 엄숙함이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일을 방해한다고 말하면서 샬로트 작품의 예술성을 정확히 읽어냅니다. "살로몬의 그림을 보면 우리는 좋은 친구와 함께 있는 것처럼 즐겁다"고 말하거든요. "누구나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특징이 없지만 속에는 야망과 감정으로 꽉 차 있고 그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저는 여기에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성취를 바라지 않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그러니까 생선 님의 책 제목처럼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해나가는 연약한 영혼의 소유자들, 이들의 고군분투가 무척 마음에 남았습니다. 굉장한 미문이에요. 이 저자는 2000년에 평론 부문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을 만큼 정교하고 감동적인 문장을 쓰거든요. 덕분에 멋진 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오늘 소개한 샬로트 살로몬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에요.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