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시골서 공부 제일 잘 했던 엄마가 그토록 뿌리치고 싶었던 깡촌 동네.
줄줄이 동생 업고 안고 설거지 하다 뛰어나와
등 뒤의 아가를 잠시 땅에 내려놓고 고무줄 넘었다던 바닷가.
소풍이랄 게 따로 없어 인근 무인도로 헤엄쳐 갔다 오는 게 다였다는 외로운 섬동네.
어떻게든 벗어나려 도시 남자와 결혼했으나
시골에 로망을 가진 도시남자 때문에 또다시 바다를 찾아
일흔 살, 아침엔 포도에 봉지를 씌웠고
점심엔 바지락을 캐러 나갔다.
어린시절 동네에서 가장 하얀 피부를 자랑하던 모범생 소녀는
이곳에 돌아와 피부를 태워가며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수백번.
무슨 질긴 악연이길래
이 아름다운 바다는 동향(同鄕)의 노년을 붙잡아 두었을까.
우리 엄마, 그리고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