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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리 Sep 05. 2020

코로나 시국에 급성 폐렴이라니 3

응급실에 쳐들어갔다


두 번째 코로나 검사 후 집에 돌아온 나는,

해열제에 잔뜩 취해 포도와 딸기를 입안에 한가득 넣으며

친한 친구들과의 단톡방에다 코로나 확진을 확신했다가 부정하기를 반복했다.

”나 코로나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나 코로나 맞는거같아..너무 억울하다! 나 그날 떡볶이만 먹었는데!! 그럴리가 없는데!!! ....

그 떡볶이 집에 확진자가 있었나..? 잠깐만, 코로나 확진되면 미각을 잃는다던데 입맛은 늘 살아있어! 코로나 아닌가?(무한 반복)” 초조함에 식도가 타들어갈 듯 하던 긴 하루를 보내고

그날 밤도 어김 없이 고열과 오한 몸살로 배게를 푹 적시고 일어났다.  

5월 16일

고열 5일 째.... 땀에 절어 잠을 거의 설친 채 눈을 뜨니 아직도 토요일 새벽 6시였다. 젠장, 검사 결과 얼른 받고 싶은데 시간이 더럽게 안 간다. 열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이었다. ‘토요일인데 공무원님들도 출근하시기 힘드실 거 아니야... 출근시간 되려면 3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구...‘ 공무원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인내하며 휴대폰만 바라봤다. 샤워도 하고 드라마도 한 편 보고 아침도 꾸역꾸역 먹다보니 드디어 9시정각, 그토록 기다리던 보건소의 결과 문자가 왔다.

“띵동-“
[Web발신]5월15일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해외입국자 및 자가격리자들은 검사결과에 상관없이 자가격리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강서구보건소-

음성? 음성이라고? 이렇게 아픈데 음성이라고요!?! 코로나가 아닌 건 다행이었지만 한 편으로 큰 배신감이 들었다. 내가 확진이 아니라면 해열제로도 떨어지지 않는 이 무시무시한 고열은 무엇이며,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욱신거리는 이 근육통은 무엇으로 설명한단 말인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생각해, 전날 갔던 내과를 다시 찾아가 열이 멈추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보겠다며 진료의뢰서를 부탁했다. 송*석 선생님은 내 코로나 검사 결과가 다시 한 번 음성 나왔음을 축하해주시며 얼른 진료의뢰서를 써주셨다.


토요일 오전 11시 40분, 종합병원 주말 진료마감을 20여 분 앞둔 시간, 이제부터 시간싸움이었다. 분초를 다투며 택시를 잡아탄 채로 인근 큰 병원 세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ㅇㅇ병원 예약센터입니다.”

“일반 병원 진료의뢰서로 당일 진료 받고 싶은데요.”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으신가요?”

“기침은 없고 발열이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 검사는 보건소에서 음성 받았어요. 오늘 아침에 결과 나왔는데...”

“고열환자분은 코로나 검사 결과와 상관 없이 예약하셔도 출입이 불가능하십니다”

난 그렇게 두 군데의 병원을 입구도 가보기 전에 거절을 당하고,

이번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대학병원 응급실로 무작정 쳐들어갔다 죽기살기 였다. 아니, 정말 살고 싶었다.

내가 6일동안 대가리에 38도 이상의 불덩이를 달고 산 년이여! 그 때의 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aitoff



“직장 이태원” “코로나검사 2번, 좀아까 통보받은 따끈한 음성” “내과에서 진료 의뢰서도 받아온 철저하고 무고하고 선량한 시민”

“6일 째 발열과 오한에 나 죽소”

응급실 입구에 서서 랩하듯 빠르게 나의 상태를 읊었고, 바로 잰 내 채온은 38.8... 다 죽어가는 날 앞에 둔 채, 이런 날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전화가 의사선생님 사이에 오고갔다.  “환자분 열이 너무 높으셔서..직장이 이태원이셔서...“ 수화기 너머로 교수님께 보고하는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수화기를 들고 내 상태를 보고중인 응급실 선생님께 뻐끔뻐끔 입모양으로 ‘이 문자 보시라’ 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바로 오늘 아침 보건소에서 받은 “음성” 이 찍힌 휴대폰 문자, 그리고 지난 주에 받았던 검사결과까지 모두.


이 회심의 카드 덕분이었을까, 응급의학과 의사샘들의 긴 내부회의를 거치고 난 뒤에야, 감격스럽게도 감염응급실 내부의 음압격리실에 입성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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