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적 인간과 이과적 인간
나는 고등학생 때 문과를 선택했다. 지금은 IT 회사에서 개발을 하고 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있었던 고민과 일을 몇 편의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먼저 왜 내가 문과를 선택했는지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문과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과적인 인간이란 뭘까?
흔히 인터넷에 떠도는 문/이과의 차이에 관한 유머에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문과는 감수성, 이과는 논리성이 큰 특징인 것처럼 그려지는데, 감수성은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학 작품을 이야기할 때에는 감수성이 필요하겠지만, 문학만이 문과의 학문은 아니다.
또는 암기에 강하면 문과, 이해에 강하면 이과라는 식의 분류법도 존재하는데, 이것도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어떤 학문이든 어느 단계까지는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 뒤에는 일정 양의 암기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다시 더 깊은 이해가 요구되고, 다시 더 많은 암기가 요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과와 이과를 가르는 것은 관심의 대상이 무엇이냐이다. 사람과 사회에 관심이 더 많으면 문과적 성향, 사물과 자연에 관심이 더 많으면 이과적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 첫 번째로 마주한 갈림길이 바로 문/이과 선택이었다. 과목에 따른 성적 편차가 뚜렷한 학생들은 비교적 선택이 쉬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아주 고민이 되는 선택이었다. 갈팡질팡하는 학생들에게 과학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이과를 가. 어중간한 성적으로 문과 나오면 취업 힘드니까 성적 어중간하다 싶어도 이과 가고."
나는 문과 과목이나 이과 과목이나 성적이 비슷했지만 아무런 주저도 없이 문과를 선택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해 배우는 문과 과목이 좀 더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선택은 옳았다. 비록 한국지리 수업을 들을 때는 꽤나 괴로웠지만, 근현대사나 윤리를 배울 때는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다. 재미있게 공부한 이 두 과목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 나를 이루는 무언가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나는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합격을 했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단순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문/이과를 선택했던 열일곱 살의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삶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