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Lee Jul 25. 2018

Dr.Lee의 미국 수의사 도전기
1화.새로운 결심

미국 수의사에 도전하게 된 계기, 오클라호마 수의대 말 동물병원

온,오프라인 절찬리 판매중!!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americandvm



한국의 수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의 6년제 과정이다. 예과 때는 생물, 화학 등 기초 과목을 배우며, 본과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의학에 필요한 지식들을 배운다. 군대를 갔다 와서 본과 1학년에 복학한 나는 초반에는 공부를 따라 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쓰지 않았던 머리는 본과 1학년 초반부터 시작되는 해부학, 생리학, 등 암기 위주에다 계속되는 시험을 감당하지 못해서 허덕거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적응을 좀 하고 나자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했다. 


‘나중에 뭐 먹고살지?’ 


  사실 많은 사람들은 수의대를 졸업하면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임상’ 수의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는 않다. 수의학은 정말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연구원이 될 수도 있고, 나라의 방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으며, 제약회사 또는 동물과 관련된 회사에 취직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수의사가 되는 비율은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하기 힘든 법. 막연히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본과 1학년의 나에게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도저히 선택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 수의사에 도전하는 한인 수의사들의 뉴스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왜 미국에 가는 거지?’ 


기사를 읽고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수의사는 당연히 동물이 많은 곳에 가야 일도 많을 것 같았다. 또한 반려동물 문화가 형성된 지 얼마 안 된 우리나라에 비해서, 미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운 역사가 있기 때문에 수의학도 엄청 발달했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든 수의학 관련 교과서가 다 미국에서 넘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는 더 발달한 수의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어림짐작 말고 객관적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우선 대략적인 시장 크기부터 찾아봤다. 미국의 경우 2013년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약 550억 달러로 추산되었으며, 이를 한화로 계산하면 약 60조 규모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2013년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1조 1천억 원 규모로 추산되었다. 국토 면적, 인구, 

반려동물 숫자와 같은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시장규모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가 미국이 한국보다 약 60배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반려동물과 수의사의 비율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2013년 당시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상대하는 수의사의 숫자는 3,666명였으며, 추산된 반려동물의 숫자는 5,556,207마리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숫자는 53,087명이었으며, 추산된 반려동물의 숫자는 약 1억 4천만 마리였다. 이를 통해서 수의사 1인당 담당하는 반려동물의 숫자를 계산하면 한국은 약 1,500마리, 미국은 약 2700마리가 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반려동물 수의사가 한국보다 약 1.8배나 많은 환자를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초임 수의사가 받는 연봉에 대해서도 당연히 궁금했었다. 내가 본과 1학년 당시인 2013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수의대를 갓 졸업한 수의사의 평균 월급은 세금을 제하기 전에 약 150만 원이었으며,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1800만 원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14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의사는 초봉으로 세금을 제하기 전 약 7

만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그때 당시 제일 낮은 환율인 1,012원으로 계산하면 어림 잡아 못해도 

7천만 원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똑같은 년도를 기준으로 비교를 하고, 각국의 세금과 같은 요소를 비교해야 하겠지만 그때 당시 내가 어림짐작만으로도 비교한 연봉 수준 차이는 너무 컸기 때문에 더 자세히 비교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대체 한국의 수의대를 졸업한 수의사와 미국 수의대를 졸업한 수의사 간에 이렇게 큰 연봉 차이가 나는 것을 그때 당시의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통계학이나 경제학에 대해서 문외한이던 내가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를 비교해 봤을 때 모든 지표가 미국 수의사를 향해 유리하게 향하고 있었다. 주관적, 그리고 객관적 기준으로 미국에서 수의사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 내린 나는 미국 수의사가 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 수의대를 졸업한 사람이 미국에서 수의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ECFVG 또는 PAVE라는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한다 ([부록] ECFVG vs PAVE 참고). 두 과정 모두 일정 수준의 영어 점수를 받아야 하며,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 후에 ECFVG는 미국에서 실시하는 3일 동안의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미국 수의사 면허증이 나오는 반면에, PAVE의 경우에는 미국 수의대의 본과 4학년 과정을 1년 동안 돌면 미국 수의사 면허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본과 4학년 과정은 로테이션 제도로 돌아가는데, 총 1년 동안 3주씩 돌아가면서 미국 수의대 동물병원에 있는 (개, 고양이인) 소동물, 말, 농장동물, 진단과 등을 거치는 과정이다. 두 가지 프로그램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나는 미국 수의대 동물병원에서 미국 학생들과 똑같은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PAVE 프로그램을 하기로 결심하고 미국 수의사 면허 준비를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Dr. Lee의 미국수의사 도전기 2화 마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