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이라 치부되었던 장점이 부부에게 내재화 되기까지 과정을 담다
원수 같던 남편, 이런 남자 또 없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심리적으로 바쁘다고 여겨지는 하루다. 오늘 남편이 퇴근 후 달천 님의 부동산 강의를 듣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예약했던 청울림 강의보다 달천님의 강의를 먼저 듣게 된 남편, 이제 예전 그의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사실 요즘 부동산 경기가, 특히 내가 사는 부산의 동부산 지역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만큼 요즘 남편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여전히 새벽 기상과 운동, 그리고 또 다른 자격증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나는 안다. 이 사람과 함께 산지 10년이 넘어서 말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그런 남편에게 얼마전 나의 요청으로 함께 수강한 강의는 특히나 남편의 내면에 귀한 울림을 안겨주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부부 참 많이 변했구나.
#1. 독서력은 제로인 내 남편
나의 얕은 독서력은 출산 후 육아라는 위기(?)를 만나, 육아서, 재테크, 자기 계발서로 조금 더 깊은 독서력을 누적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남편에게 재테크 도서라도, 아님, 이제 아빠가 되었으니 육아서라도 읽으라고 권유했지만, "그냥 당신이 읽고 알려주면 되겠네"라는 대답으로만 돌아왔다.
독서력과는 먼 이야기였던 남편은 언제부터였을까? 몇 년 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새벽 4시 50분 알람에 깨어나도, 나보다 더 이른 시간에 독서 삼매경인 남편, 꽁꽁 얼어붙었던 남편의 마음이 이제 녹기 시작했다.
원래 새벽형 인간이던 성실한 남편이 좋아 결혼을 선택한 건 사실이었지만, 막상 결혼 후 현실이 되고 보니 무척 불편했다. 나는 저녁형 인간인데 남편이 새벽부터 집안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니 잠을 설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처럼 주말이면 늦잠도 자고 늘어지고 싶은데 워낙 새벽형 인간이니 너무 안 맞는다며 답답해했었다. 그런데 이젠 나도 새벽형 인간의 삶을 꿈꾸고 실천하고 있을 줄이야.
그러고 보면 나에게서 남편은 독서력을, 나는 남편에게서 새벽형 인간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이제 책을 잘 사지 않는 습관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대출 현황을 살펴봤는데 이런 행운이! 추가로 신간 입고된 타이밍에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거다. 그리하여 먼저 완독한 남편이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라며 강력한 구매 요청을 했다.
남편이 읽은 책 중에서 나에게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서로 독서를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 모임의 분위기로 흘러간다. 식사하면서도, 둘이 퇴근 후 오붓한 음주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요즘 읽은 책 저자의 경험담과 견해에 대해 서로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우리 집에는 똑같은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가 2권이 있다. 큰 아이가 신기하다며 책 읽는 내 옆에 똑같은 포즈로 흉내 내고 있다.
독서는 하면 할수록
또 다른 독서를 불러일으킨다.
청울림 책의 말미에 기재된 추천 도서를 모두 읽겠단다. 한 권의 독서로 또 다른 독서를 불러일으킨다.
일단은 내일 달천 님의 강연을 듣기 전, 책부터 읽겠다며 남구 도서관에서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내리 뚝딱 읽고 왔다고 한다. 이 책도 너무 좋다며, 중고 도서로 찾으면 사달라는 남편, 예전이면 당장 사달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미니멀라이프에도 함께 하는 부부가 되었다. 남구 도서관에서 정식이 3,500원 밖에 안 하더라며 점심 해결도 도서관에서 했단다.
#2. 혼자 하던 재테크에서 함께하는 재테크
신혼시절까지만 해도, 재테크 이딴 거 머리 아파서 못하겠다며 와이프에게 용돈 타서 쓰는 삶이 행복하다던 남편이었다. 덕분에 나 혼자서 보험 관리는 물론, 모네타 사이트에서 부산에서 제일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저축은행을 찾아 80만 원짜리 적금을 가입했고, 펀드나 cma 계좌, 가계부 기록까지 모두 나의 몫이었다. 양가 어른들 도움 없이 연애 시절 모은 돈으로 결혼하고, 신혼 일 년간 바짝 모아 일 년 만에 남편 명의로 된 아파트를 구입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보고 같이 재테크를 공부하자고 한다. 그것도 남편이 먼저 말이다. 그저 와이프가 주는 대로 생활하던 남편이 이제는 나에게 먼저 재테크 공부하자며 파트너 결연을 요청할 정도다. 그것도 이제는 남편이 메인이고 내가 서브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재테크, 투자 강연도 본인이 알아서 강의 신청하고 수강한다.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공부하는 자세로 바뀐 남편의 모습이 참 많이도 변했다.
#3. 남편이 하는 집안일은 아내를 위해 선심 쓰는 봉사
어제 집에 도착하니, 나보다 먼저 퇴근한 남편이 냉장고 파먹기 실천 중이었다. 냉장고 그득하게 풍년인 김치와 꽁치 캔 하나로 꽁치김치찌개를 만들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든든한 이 모습이 사랑스러워 몰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은 지 모름 ㅋㅋㅋ)
연애시절부터 다정한 모습이 막상 결혼하니,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남편의 집안일 외조 덕분에 맞벌이가 수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본질에서부터 달랐다. 언제였을까? 그날도 평소처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지나가는 말투로 이런 말을 한 거다.
거실장에 먼지가 많이 있더라.
닦아야겠던데?
응? 이게 뭐지? 내가 먼지 닦는 사람인가? 순간 황당했다. 여기서 노발대발 화내기엔 그럴만한 가치도 없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오빠, 거실장 위에 쌓인 먼지가 보였어?
그거 볼 여유 있었음
진작에 오빠가 닦았어야지.
그런 건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닦으면 되는 거야.
승자의 미소처럼 여유 있게 말했더니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린 싸우지도 않았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고. 정적의 순간만큼 서로의 생각은 각자의 몫으로. 그때 알았다. 남편은 집안일을 아내를 위해 선심 쓰는 봉사라고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교육이 필요했다. 당신이 날 도와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거라고. 어느새 그 교육의 성과가 일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결혼 생활 11년 동안, 신혼 시절 참 많이도 싸웠다. 둘 다 양가 집안에서는 책임감 강한 맏이라 서로 양가 어른들 챙기는 걸로 싸우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결혼 전에는 마냥 장점이었던 것들이 결혼 후에는 현실이 되어 단점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한 세월만큼 그 장점이 이제는 서로에게 내재화되면서 우리 부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매일 새벽 축구하는 남편의 영향 덕분에 조금 더 쉽게 나도 새벽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저녁형 인간이었던 내가 새벽형 인간인 남편과 같은 아침 시간을 공유하고 있으니 이젠 남편만 지닌 장점이 아니니까.
바꿔 말해, 남편 또한 재테크나 독서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처럼 취급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나보다 더 적극적인 배움의 자세로,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달라도 너무나도 달라 원수같던 남편. 이제는 이런 남자 또 없을 것 같다.
《행복한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비결》
행복한 관계를 지속시키는 비결은
새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서 '서로'라는 말이 중요하다.
한 사람만의 성장을 위한 불평등한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두 사람 중에서 어느 한쪽만 성장하는 관계는 나쁘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경우는 더 나쁘다.
두 사람이 서로 한 사람처럼 융합하여
상대방이 성장하는 것을 막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공유하는 것이 없고,
상대방의 성장에 무관심한 관계도 바람직하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성장하는 관계가 이상적이다. 이때 두사람은 자신의 경계를 확장하면서 상대방 역시 자기 확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계가 확장되면서 서로간의 교집합 또한 동시에 커진다.
- 메모 습관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