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균형을 깨지 않는 소비
평생 돈에서의 자유를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은 어린 시절 어려웠던 기억 때문인지 여전히 늘 고민하게 하고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주제였고, 돈에서의 자유를 이루기 위해선 더 많이 버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수입이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지금은 돈에 대해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바로, 미니멀리즘 덕분에요.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와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습니다.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그곳은 아파트 청약만 당첨된다면 부동산으로 큰 재산을 불릴 수 있을 거라는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었어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선 언제나 아파트 청약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아는 애는 계획도시 초반에 살 곳이 없어서 싼 값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그게 벌써 10억이 넘었데" 라며 모두 다 '그 애'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이런저런 귀동냥 덕분에 저도 '계약금 정도만 있으면 여기서 대출받고, 저기서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살 수 있겠다, 그 아파트가 결국엔 또 오를 테고 그 차익으로 대출 갚으면 되지.' 하며 생각했어요.
정작 저는 계약금의 1/10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서요.
부랴부랴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둔 청약통장을 찾았습니다. 언제 만들어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던 청약통장이었습니다. 그때는 이 청약통장이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 같기도 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라 믿으며 청약에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탈락했습니다.
청약에 떨어지고 4년이 지난 지금, 저와 남편은 청약에 떨어진 아파트 앞을 지날 때마다 이야기합니다.
"청약에 떨어져서 다행이야."
만약 아파트에 당첨이 됐더라면 남편은 야근과 특근을 했을 테고, 저도 풀타임 직장을 알아봤을 거예요. 그리고 혼자 있는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저희 17살 강아지도 하루종일 그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을 테고요.
누구나 다 한다고, 안 하면 바보라고, 우선 당첨만 되면 돈은 구해진다는 말에 준비된 것 없이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습니다. 준비된 것이 없는 저에게 아파트는 내 삶의 균형을 깨는 소비 었어요.
아파트 대신 아파트 분양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작은 시골집을 구했습니다.
이 시골집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정말 많은 행복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어요. 자유롭게 마당을 다니며 흙냄새를 맡는 강아지를 볼 때마다 행복하고, 작은 텃밭에 뿌린 씨앗들이 발아해서 싹을 틔울 때마다 생명의 경의로움에 새삼 놀라고, 텃밭에서 상추와 대파를 뜯어다가 요리를 할 땐 유명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습니다.
작은 시골집에서 산다는 건 재산을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소비를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효과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서 멀어졌더니 돈에서의 자유가 찾아왔습니다.
이 자유는 그동안 제가 생각했었던 돈에서의 자유를 찾는 법과는 정반대의 방법이었어요. 돈에서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정말로 자유로워졌습니다.
돈에서의 자유를 찾는 것은 돈의 많음이 아니라 그 돈을 내가 어떻게 조율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내 삶의 균형을 깨지 않는 소비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내가 돈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키를 내가 잡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