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다짐하고 물리적인 환경이 바뀌진 않았어요.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고 저의 타고난 성향 같은 것들도 바뀌진 않았습니다.
어디에서나 쉽게 판단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쏟아낼 수 있는 평가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향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미워하기 참 쉬운 세상이에요.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알게 된 후 진저리 치게 나를 미워하던 내 삶을 사랑하게 됐어요.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되뇌고 되뇝니다. 더 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나를 받아들이는 삶을 살기로요. 그렇게 내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1. 조용하지만 열심히 자라고 있구나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지난밤 쳐놓았던 암막 커튼을 제일 먼저 열어 정리하고, 식물등을 켭니다.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매일 바라보는 이 녀석들의 자람이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한 달 전엔 아무것도 없던 이 녀석들이 조금씩 자라고, 작은 새순을 틔여 올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 녀석들의 자람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늘 응원하게 돼요. 조용하지만 열심히 자라고 있구나 하면서요.
티가 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이나 내가 하는 생각 같은 거요. 작년에 머리카락을 기부하며 짧게 잘랐던 머리는 어느새 질끈 묶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고, 주말 저녁에 손톱을 깎으며 일주일 동안 언제 이렇게 자랐지 하며 놀라곤 합니다.
생각도 그래요. 어제는 불 같이 화가 나던 일들이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멈춰있는 것 같아도 조바심 내지도 말고 나를 미워하지 말아요. 당장 지금은 끝이 안 보이는 어둑한 터널 속에 내가 걷고 있는지, 뛰고 있는지, 아니면 멈춰있는지 알 수 없지만 티가 나지 않게 조용히, 천천히 우리는 걷고 있으니까요.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을, 그리고 나를 믿어보자고요.
2. 소박한 건재함 찾기
지난겨울 앞 집의 과일나무를 기억합니다. 푸릇한 색을 잃고 떨어진 이파리들은 바스러지며 까맣게 썩어버렸고, 곁에서 늘 함께하던 이파리들이 떨어진 나무는 아무것도 없이 헐벗은 듯했어요.
제가 겨울을 좋아해서 일까요?
겨울의 추위에 헐벗고 허망하며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 겨울나무들은 생기 넘치는 이파리들로 더 이상 꾸미지 않았지만 오히려 단단하고 매끈한 나무 기둥을 내보이며 자신의 소박한 건재함을 자랑하는 듯합니다. 겨울의 나무들은 소박하면서도 풍부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요.
나무들이 이파리들로 화려하게 꾸미지 않더라도, 내가 비싼 물건들로 화려하게 꾸미지 않더라도.
내 중심이 건재하다면 부끄럽지도, 초라하지도 않아요. 저는 겨울의 나무들처럼,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내 내면의 건재함에 기대어 부끄럽지 않게, 초라하지 않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