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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Dec 08. 2015

나도 알아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타인에 대한 잣대는 엄격하면서 자신에 대한 잣대는 관대한 것이 간사한 인간 마음.


얼마 전 친한 동생이 사귀던 남자가 양다리를 걸치다 걸려 이별을 했습니다.

그 남자 녀석 참으로 뻔뻔하더군요.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들에게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고,

다른 여자들과 데이트를 하고,

심지어 같은 회사 여자에게 여자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와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더군요.


모든 것이 다  들통난 후에도 그 녀석 뻔뻔하게 내가 뭘 잘못했냐고 적반하장입니다.

날라차기와 귀싸대기 콤보를 후려쳐 주고 싶은 녀석입니다.


그런 녀석 때문에 마음 아파 울고 있는 동생이 안쓰러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었습니다.

"남자가 어디 그놈 하나뿐이겠냐. 좋은 인연 반드시 나타날 거니 그런 녀석은 개나 줘 버려.

생각하지도마 그럴 가치도 없어. 잊어 네가 뭐가 아까워서 그래."


그러자 동생이 대답하더군요.

"나도 머리론 이미 다 알아. 머리론 다 이해했어.
그렇지만 마음이 안돼. 마음이 미쳤나봐.
다른 사람이 이별해서 힘들어할 땐 내가 지금 언니처럼 얘기해줬는데...
그땐 잊지 못하는 그 사람들이 참 이해가 안됐었는데.. 내가 이러고 있네.
이래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인가 보다."


저도 호구 짓이라면 뭐.. 남 부럽지 않게 잘했습니다.

어디 호구상이 있으면 제가 그래도 입상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저도 안타까운 마음에 남일에는 이래라 저래라 충고를 하게 되네요.

물론 너무 아끼는 동생이라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얘깁니다.

하지만 남들 일엔 충고도 잘하고 말도 잘하면서 막상 나에게 닥치면 그 정확한 눈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눈 뜬 장님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겁니다.

머리로 생각하는 대로 마음이 그대로 움직여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럴 수가 없지요.

내가 그러면 남들도 그런 겁니다.


더 이상 이별 한 친한 동생에게 충고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고 맘껏 울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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