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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Dec 02. 2015

청춘들의 12월

추억 돌아보기

12월 징크스가 있는 저는,

12월이 되면 한 해를 반성하는 시간을 혼자서든 여럿이서든 마련했었습니다.

다른 달보다 생각이 많아지는 12월.


진.짜.로! 힘들었던 올해.

'아주 바닥을 찍는구나. 죽기야 하겠냐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던 올해.

울다 보니 벌써 12월인 올해.

힘든 시간 잘 버텨냈다 싶어서인지 문득 지나 온 추억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십대의 12월엔 주로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보냈던 것 같습니다.

방송 예술 분야가 대부분 출퇴근 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지만 오직 꿈 하나로 버티는 곳인지라..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에는 제발 작품들 대박나게 해주세요."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12월의 마지막 날을 전쟁터 속에서 보내고 늦은 새벽 잠깐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연출과 조연출 셋이서 마셨던 소주.

흐음~~ 추억 돋네요.

포장마차에서 국수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해뜰날도 있을 거야. 우린 젊으니 끝까지 한번 해보자!!" 파이팅 넘치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연출 한 명만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열정과 꿈으로 똘똘 뭉쳤던 그때의 우리가 소중하고 그립습니다.

꽃보다 아름답던 청춘, 20대의 12월 마지막 날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습니다.


어느새 열정만큼 상처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된 삼십대가 되고 나니..

점점 12월의 마지막 날은 시작이 아닌 끝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올 한 해 별탈없이 거저먹는 한 해가 되거라"가 훈훈한 덕담이고

또 한 살 더 먹는구나 한숨 쉬게 되는 삼십대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 들으면 웃기는 소리, 놀고 있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확실히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더 나이드는게 서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꽃보다 아름답던 20대 시절에도 그 당시에는 지금이 아름다운 건지 꽃인지 똥인지 몰랐습니다.

그때는 당차고 열정적인 만큼 고뇌도 많았고 좌절의 순간도 많았으니까요.

'이렇게 이십대를 보내면 삼십대에 이뤄놓은 게 없을 텐데 어쩌지'

불안한 마음과 더불어 방황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삼십대가 되고 이십대의 나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사십대가 되고 나서도

"삼십대 그때 참 좋았지. 내가 지금 그 나이만 되면 진짜 뭐든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네요.


청춘들, 그리고 마음은 여전히 청춘들의 12월은 그런가 봅니다.

지나온 시간들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맞이하게 되는 12월.

시작과 끝이 함께하는 12월.

시작과 끝이 함께하기에 힘들었던 기억은 툭툭 다 털어버리고 이젠 다 잘될 거라고 희망을 가져보는 12월.


12월 한 달 다들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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