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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윤 Mar 28. 2021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사했습니다.

지방살이가 느리고 여유 있다는 건 착각인 거 같아요.

한때 퇴사하고 000 열풍이 있었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러한 삶을 실천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sns상 많이 돌아다녔다. 그걸 보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판타지 장사'라고 폄하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서 조금 더 진화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즉, 요즘 20대는 아예 39세 은퇴를 꿈꾸고 그 이후 마련한 자금을 기반으로 회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수익활동을 하며 살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현상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대학 나와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는 형태가 아닌, 개인들의 자체적인 경쟁력으로 수익 창출을 하는 새로운 비지니스 환경 조성에 긍정적인 기성세대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또한 40세 이후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직장인이었다. 항상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고, '일'을 하는 건 사실 좋아했는데 '조직' 내 불필요한 갈등 등이 무척이나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진짜 일'을 하며, 내 결과물에 대해 정정당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던 것 같다.


30대 후반이 될 무렵부터 남편과 이후의 삶에 대한 얘기를 종종 해왔다. 우린 현재 결혼 7년 차로 그동안 국내외 여행도 꽤 많이 다녔고 가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면서 굳이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서울'이 싫은 것도 아니고 서울이 매력적인 요소도 많지만, 얼마든지 다른 매력이 있는 '서울 아닌 곳 - 해외 일수도 있고, 한국의 다른 지역일 수도 있는'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우리의 이사 타이밍과 커리어 플랜에 대한 시기적인 것들을 고려해 2021년 1월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사를 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게 되었다.


사람들이 종종 물었다. 왜 강릉이야?

우린 사실 서울에 소유한 집도 있었고 서울살이가 팍팍해서 지방행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원하는 제2의 커리어를 지금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행동에 착수한 것뿐이고, 이왕에 거주지를 옮긴다면 서울과 같은 도시 느낌보단 '바다' 등의 자연을 정면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제주도는 너무 멀고, 서울과의 접근성도 좋으면서 바다가 있는 색다른 곳, 그래서 강릉이었다.


그래서 강릉에서 산지 2달째.

물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사는 모습이 많이 다르겠지만 실제 나의 근로시간은 더 늘어났다 ;;; 이제 1인 사업자로 먹고 살길을 만들어야 하니 저녁 먹고 나서 일을 하는 건 '야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남편과 나는 각자 하는 일의 영역이 있고, 함께 만들 창업의 영역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맡은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속도는 느린 것 같고, 할 일은 끝나지 않는 느낌이다. (아직 2개월이야... 침착하자...)


그래서 정작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지만 바닷가에 나가 여유를 부린 건 5번도 안되는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강릉을 많이 돌아다니려고 한다.


강릉에는 매력적인 스몰 브랜드가 많다. 조금 더 성장하면 단지 지방이 아닌, 강릉만의 매력적인 문화를 확고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포틀랜드를 꿈꾸며.


강릉의 브랜드 맛보기.

1. 위크앤더스

이곳도 서울에서 강릉으로 정착한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숙박과 체험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1층 bar에서는 식사도 할 수 있다.



2. 초당커피정미소

 옛 정미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 이렇게 오래된 구옥, 건물 등을 개조하는데 그 옛것을 멋스럽게 보존해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한 공간이 많다.



3. 이스트씨네

영화도 볼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고, 약간의 음료도 마실 수 있는 영화서점. 컨셉만으로 힐링이다.



4. 지난 금요일 저녁의 명주동

현재까지 강릉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네, 명주동

명주동의 저녁은 평화롭고 아름답다.


강릉에서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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