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 앉아토마토맥주를마시는 맛이란
생각해보면 복고풍, retro라는 주제는 꽤 오래전부터 인기였다. 1990년대에는 1970년대 유행이 새롭게 핫한 느낌을 주는 복고풍이었고, 2020년대에는 1990년대 유행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생각된다. 2019년 트렌드 키워드에 '뉴트로'가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단지 요즘 밀레니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옛것을 재해석해서 새롭게 창조한 결과물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 포인트가 있다.
로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비지니스는 결국 이 뉴트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말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것이 그 지역 고유의 것을 살려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창조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개인 혹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강릉 또한 요즘 젊은 창업자들이 많아져서 작지만 개성 강한 브랜드 만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오늘 저녁에 만난 곳부터 얘기를 해 볼까.
1. 용궁 사우나
강문해변을 들릴 때마다 궁금했던 곳이었다.
멀리서 보고는 진짜 사우나인지, 편집숍인지, 횟집인지, 분식집인지 알 길이 없었다. 몇 번 지나갈 때마다 젊은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파스타, 해물떡찜 등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로 당첨.
메뉴가 많진 않았는데 대표 메뉴로 생각되는 몇 가지를 주문했다. 용궁파스타, 어니언소스 치킨, 토마토 맥주까지.
우선 가장 먼저 나온 토마토맥주.
와 이건 진짜! 나는 개인적으로 술 취한 기분을 싫어하고 달달한 맛으로 먹는 아이스와인이나 맥주 1잔 정도만 즐기는 사람인데 환상의 맛이었다. 설탕에 절인 토마토주스와 가벼운 맥주가 섞인 맛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몇 모금이나 마셨는지 모른다.
그리고 메인 메뉴 등장
이 음식들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자면, 강릉에서 먹은 서양 음식 중 가장 세련된 맛이었다. 강릉에서 돈까스, 수제버거 이런 종류의 레스토랑도 몇 번 갔는데 뭔가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면 여긴 이 집만의 스타일로 완벽히 소화한 느낌이었다.
실제 사우나였던 곳을 리모델링했는지까지는 모르겠으나 뉴트로 컨셉은 확실하다. 바닷가 앞에서 '용궁'이라니! 심지어 이 가게 마스코트 캐릭터가 바로 토끼이다. ㅎㅎㅎ 이 위트 넘치는 감성들이 음식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식기들은 미국의 7080 시대 레스토랑 느낌도 물씬 난다.
그 와중에 강릉의 상징 소나무 장식까지
강릉을 빼놓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지지난 토요일 사람이 많아 못 들어갔던 카페로 이동했다.
여긴 그냥 대놓고 레트로다.
2. 카페 애시당초
여기도 오픈한 지 1년 좀 넘은 가게인데 이 공간의 컨셉은 사장님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 같다.
이곳의 주 단골들은 젊은 밀레니얼들로 보였고 -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도 그 또래 손님들이 계속 찾아왔다 - 이들에게는 새롭고 유쾌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음료를 마시며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귀에 들리는 익숙한 배경음악, 신승훈의 i believe가 아닌가. 감성이 홀짝홀짝 젖어가고 있을 때 즈음 나온 찐 추억의 노래,
- 김건모의 '너에게'-
테이프를 사던 시절이 떠오르고...
추억팔이는 여기까지!
이외에도 로컬 크리에이티브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몇 가지 공간을 소개한다.
3. 소집
이곳은 실제 소가 살고 있던 외양간을 수리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곳이다.
주로 전시회가 열리고 클래스도 운영하신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원래 전시가 예정되었던 작가분 일정에 이슈가 생겨, 주인이신 작가분의 소 사진 전시로 대체된 상태였다.
내부 공간은 넓지 않았지만 충분히 정겨웠고, 전시된 작품뿐 아니라 창문과 그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마저도 감상하기에 좋았다.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 손님도 있다.
4. 파랑달 (명주동)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강릉에서는 명주동에서 '명주노리'를 할 수 있다. 즉 근현대 의상을 대여해 1시간 반 동안 명주동 일대를 거닐며 사진도 찍고 이색적인 체험도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5. 봉봉방앗간 (명주동)
언제 가도 따뜻한 명주동에는 핫플 카페 3곳이 있다. 카페 오월, 명주배롱, 봉봉방앗간인데 그중에 오늘은 봉봉방앗간 얘기를 하고자 한다.
봉봉방앗간 또한 실제 '방앗간'을 개조해 만든 카페. 외관은 오랜 시간과 방앗간의 느낌이 나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꽤 넓은 공간에 테이블 간격도 넓어서 도보 여행 중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다.
강릉 특화 음료 메뉴 같은 건 없지만, 커피의 도시 강릉답게 커피 맛이 끝내준다.
* 강릉 여행자를 위한 팁
- 소집에서 전시를 관람한다면, '월량화'에 가서 커피를 드세요.
- 용궁사우나에서 저녁을 먹었다면, '애시당초'에서 레트로 여행의 정점을 찍으세요.
- 따뜻한 봄/가을에는 명주동에서 감성을 만땅으로 충전시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