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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Oct 30. 2016

Buen camino!(좋은 길 되길!)

내 안에서 커다란 종이 울렸다.

카미노는 사람의 힘을 모두 빼앗아갔다가 몇배로 돌려준다.

카미노를 걸을 수 없는 이들에게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이 길은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이 길은 하나가 아니라 수천 개가 있다.

허나 누구든 길의 질문은 같다.


"나는 누구인가?"


이 길을 걸으면 누구나 이르건 늦건 밑바닥까지 흔들린다.

혼자 걷지 않으면 그 길은

비밀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 안에서 커다란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차츰 잦아들겠지만

귀를 쫑긋 세우면

오래도록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길을 돌이켜보니

무엇보다 분명한 한가지는 나는 매일 신을 만났다는 것이다.


...


영화 <나의 산티아고>


어느 날 누군가 말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것이라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본 영화. 지금 나의 마음에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그동안 이 공허하고 권태로운 마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지? 진짜 나는 누구인지? 그것도 모르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남과의 비교속에 또 비관만 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고독 속의 나날들이 진짜 내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신이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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