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서점 말고 다이소에서 읽으세요

다이소가 『트렌드 코리아 2026』을 1,000원짜리 물건으로 번역하다

by Director Keige

새해 첫 주, 다이소 매장에서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6』 표지가 박힌 특별 매대 앞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는 대신 물건을 고르고 있습니다. 마치 "2026년을 장바구니에 담아가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트렌드, 이제 읽지만 말고 써보라고?


다이소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과 손잡고 150여 종의 신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단순한 캐릭터 굿즈가 아닙니다. 책 속 키워드를 1,000원~5,000원짜리 물건으로 번역해낸, 꽤 영리한 실험입니다.


우리는 매년 연말이면 두꺼운 트렌드 서적을 사서 밑줄 긋고, 키워드를 외우고, "올해는 이런 흐름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실제 우리 삶에 어떻게 닿는지는 막연했죠.


다이소는 그 막연함을 상품 진열대로 끌어내렸습니다.




네 개의 키워드, 네 개의 매대


2026년의 키워드들은 이렇게 구현되었습니다.


레디코어(Ready-core) 존 : "준비된 자의 루틴"을 판매합니다. 플래너, 체크리스트, 데스크 정리함. 거창한 목표보다는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았을 때 필요한 도구들입니다.


필코노미(Feelconomy) 존 : 감각을 깨우는 물건들. 컬러풀한 욕실용품, 입욕제, 필로우 미스트. "힐링을 사세요"가 아니라 "향기를 만져보세요"라고 말하는 공간입니다.


근본이즘 존 : 맛동산과 초코파이가 레트로 패키지를 입고 진열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것보다 진짜를 찾는 마음, 전통 문양이 새겨진 소품들이 그 마음을 건드립니다.


픽셀 라이프(Pixel Life) 존 : 작고, 가볍고, 휴대 가능한 모든 것. 미니 뷰티템부터 소형 보관함까지. 잘게 쪼개진 일상을 위한 잘게 쪼개진 물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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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실험은 무섭다


고물가 시대, 우리는 지갑을 닫았지만 트렌드에서 뒤처지는 건 두렵습니다. "필코노미가 뭔데? 나한테도 맞을까?" 하는 호기심은 있지만, 백화점 가서 3만 원짜리 디퓨저부터 사기엔 부담스럽죠.


그때 다이소가 손짓합니다. "2,000원으로 일단 체험해보고 결정하세요."


이건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닙니다. 트렌드 실험의 심리적 문턱을 낮춰주는 '최저가 입장권'입니다. 프리미엄 소비와 가성비 추구를 오가는 우리 세대에게, 다이소는 안전한 실험실을 제공한 셈입니다.


속도가 이긴다


트렌드 서적은 보통 11~12월에 출간됩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1월 내내 그걸 읽고 소화합니다. 그런데 다이소는 책이 나온 즉시 상품으로 옮겼습니다.


이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트렌드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빨리 우리 일상의 물건으로 증명하느냐"는 것.


2026년의 소비 트렌드는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가 아니라, 다이소 매대 위에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장바구니에 담을 키워드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올해는 어떤 사람이 될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오늘 저녁 어떤 물건을 쓸까"일지도 모릅니다.


트렌드는 거창한 키워드가 아니라, 퇴근 후 욕조에 풀어 넣는 입욕제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2026년, 당신의 첫 장바구니엔 어떤 키워드가 담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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