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ily 케일리 Feb 04. 2024

쌉싸름한 현실도 달콤한 꿈으로 이겨내길

영화 <웡카> 리뷰

달짝지근하면서도 어쩐지 쌉싸름한 끝맛,

꾸덕하게 입안에 들러붙어 오래도록 음미하게 하는 맛.


풍미 가득한 초콜릿으로 동심을 깨울 영화가 개봉했다.

<웡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의 꿈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모자 가득한 꿈과 단돈 12소버린 뿐이지만 특별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낡은 여인숙에 머물게 된 ‘웡카’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에 빠져 눈더미처럼 불어난 숙박비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게다가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의 등장과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까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첫 예고편을 공개한 7월부터 이 영화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자타공인 해리포터 덕후이자

뮤지컬 덕후였고

초콜릿으로 역류성 후두염에 걸려봤으며

K-신파에 약한 나...


내가 안 볼 이유가 하등 없는 영화 그 자체였다.

<웡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12월에 개봉했다.

누가 봐도 감성인 이 영화를 1월 초도 아닌 끝자락에 내보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심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막상 영화 보니까 생각보다 연말 감성 없긴 하던데...

당시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가 점령한 극장에서 상영관 쟁탈전을 벌이고 싶지 않았던 배급사의 사정은 안다.

그렇지만 굳이 누군가 양보해야 했다면 그건 <웡카>가 아닌 <노량: 죽음의 바다>여야 했던 게 아닐까

뮤지컬 영화인 줄 모르고 갔다가 당황한 관객이 꽤 많다고 들었다.

뮤지컬에 호의적인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귀에 꽂히는 노래가 없었다.

근데 정신을 차려보니 OST 반복 재생하는 어른이 되어있네...?

초 병맛인 움파룸파의 춤과 노래.

무표정하게 이 벌칙을 수행하는 휴 그랜트의 목소리가 너무도 감미롭다.

여기에 빠진 나 자신이 킹받고 자존심 상하고 그래.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A World of Your Own.

불확실함 속에서도 미지의 세계를 포용하고 모험을 즐기자는 메시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왠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짜 운 적은 없지만... 웡카의 순수함과 희망참에 울컥한달까.

<웡카>가 나를 울리고,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한 키워드 "엄마".

이 영화를 기다린 사람들은 대부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애중한 이들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다른 버전의 원작을 다룬다..

내가 기억하는 웡카는 치과 의사 아버지로부터 가출한 돌아이인데, 티모시의 웡카는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건실하고 맑은 청년이다.

초콜릿으로 엄마의 사랑을 배운 웡카, 그런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초콜릿 공장의 꿈.

내가 기대한 건 환상적이고 동화처럼 밝은 이야기인데

(솔직히 광고도 그렇게 했잖아)

웡카 엄마 서사 나올 때마다 눈물 질질 흘렸다.

사실 뜯어놓고 분석하면 내용 정말 어둡다.

순박한 젊은이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 창업은 왜 이렇게 멀고도 험한지.

그래서 내용은 그냥 그랬다는 반응도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살짝 묵직한 이 <웡카>가 좋다!

쌉싸름한 현실도 달콤한 꿈으로 이겨내길 응원한 게 아닐까?

<웡카>는 초콜릿을 닮았다.


초콜릿 녹여 먹듯 웡카의 도전을 오래 음미할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판타지 영화가 이토록 소속감을 주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