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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 Sarang Sep 23. 2019

나이불문, 능력만이 살아남는 세상

20대 신입도 예외 없었던 회사의 구조조정

현대차 그룹, 정기공채→수시공채 전환···10대그룹 최초      


19년도 들어서 이 기사를 보았을 때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아직 한국에서 유명한 대기업의 모회사들은 아직 공채를 진행하고 한번 들어가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그 이면으로 계열사들은 이미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지 꽤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에 회사를 들어갈 때 나이 먹어서까지 열심히 할 생각으로 입사했다. 특히 아버지, 어머니 본인들이 평생 한, 두 군데 회사만 충성하며 다녔기에 나에게도 그렇게 강조하였다. 처음 몇 년은 그런 줄 알았다. 회사를 나가면 내 인생이 어긋나는 줄 알고 살았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그런 고정관념은 슬슬 깨지기 시작했다.




처음 놀랐던 건, 생각보다 회사 내에서 신입이나 오래된 공채들이 아닌 경력직원들이 몸값을 높이며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을 보고 난 뒤다. 특히 외국계 회사에서 온 경력자들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계약기간 내에 본인들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을 중시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경영지원 분야 외에는 돈이 되는 그런 경력직들을 점점 선호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외국계 회사를 오랫동안 잘 다니던 내 친구가 해고되었다. 갑자기 그 회사를 본국에서 철수시켜 버렸다. 적은 인원으로 잘 돌아가던 회사는 제일 스펙이 좋은 2명을 빼놓고 전부 내보냈다. 친구는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까지 앓게 되었다. 많은 월급을 받아가며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당장 4일의 시간을 줄 테니 나가라고 한 것에 대해 대단한 충격이 받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단행했다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던 것이 있었다. 그때까지 구조조정에 대해서 내가 어렴풋이 예상해온 것은 회사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그들의 모습을 주로 짠하게(?) 대중매체에서 보여줬던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다니던 회사는 생각과는 달랐다. 어느 날 회사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각 팀에 퇴직인원을 할당한 것이다. 각 팀원이 적게는 4,5명에서 많게는 20명 정도 되는데  적은 팀은 1명, 많은 팀은 5명까지 내보내라는 명령이었다. 당연히 팀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다들 본인이 설마 그 당사자에 해당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눈에 다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사이좋던 사람들이 갑자기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로 팀장님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인이 나가면 생계를 꾸릴 수 없다는 등의 절절한 이유를 대고 있었다.


나이 많고 회사를 오래 다닌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들은 구조조정에서 제외되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젊은 사람들로 퇴직자 할당량을 채우려 애썼다. 결국 회사에서는 가정이 없는 직원들 위주로 내보냈고 특히 여성들은 가정이 있는 과, 차장급도 예외 없이 90프로가 나갔다. 2,30대가 원래 적은 회사에서 4,50대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어렵다고 사람들을 구조 조정했지만 임원들의 급여는 더욱 고공 행진했다는 말이 있다.) 이후 나와 내 주변, 나이 먹은 부모님 또한 '젊은 사람은 회사에서 자르지 않는다', '한번 들어가면 제 발로 나오기 전엔 평생직장'이 이제 한국에서 통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았다.




퍼포먼스가 나지 않으면 칼같이 자른다는 말은 이제 외국회사만이 아니다. 공채는 점점 더 사라질 것이고, 각 회사 분야에 맞는 업무역량을 지닌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시작된 것이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다. 이제는 필수 불가결한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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