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1. 컨텐츠 시대의 온상 - 1

유튜브를 멀리하는 이유

by 분더카머
요즘 유튜브에는 10-15분짜리 영화 리뷰 영상들이 많이 올라온다. 제작자들이 항의할 것 같지 않은 옛 영화들, B급 영화들이 주로 대상인데 말이 '리뷰'지, 실체는 줄거리 요약이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가뿐히 넘어 최후의 반전까지 남김없이 다 폭로해버린다. 그 반전을 알려주는 것이 이 동영상들의 목적이다. 감독과 배우가 공들여 쌓았을 드라마와 분위기는 다 날아가고 15분짜리 수수께끼 풀이만 남는다. 이 동영상들을 본 사람들이 원작을 찾아볼까? 안 그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부모님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동영상을 보면 털이 다 빠져 맨 가죽과 그 아래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쓰러져 죽음을 기다리는 병든 짐승의 모습이 떠오른다. 개미핥기라든가 땅돼지처럼 내가 그다지 관심 없어하는 동물이라도 그런 상태에 있는 것은 보기 괴롭다. '만화로 읽는', '청소년을 위한' 같은 수식어가 붙은 축약판 서적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다.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중 189p.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손가락으로 슥슥 내려가며 컨텐츠의 썸네일과 타이틀을 보면 ‘보고 싶다’라는 마음보다 ‘무섭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주관적인 의견 제시는 없고 그저 이슈가 될만한 컨텐츠의 줄거리만 요약한 컨텐츠,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에 그저 얄팍한 지식을 더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광고성 컨텐츠, 킬링타임성으로 보고 난 뒤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컨텐츠 등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앱에 들어갔다가 ‘아차’하고 바로 빠져나올 수 있다면 다행이다. 엄지와 검지가 바로 응답해준다면 더욱 감사하고.


정보가 넘쳐나다 못해 폭발하는 이 시점에 더욱이 제대로 된 컨텐츠를 잘 찾아보고, 누군가의 의견으로 재해석되어 의도도, 목적도 분간할 수 없는 컨텐츠를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차라리 브이로그를 보는 게 마음이 편할 정도다. 최소한 억지스럽지는 않으니까.


앞서 말한 컨텐츠들의 조회수를 보면 허무하기도 하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숏폼 컨텐츠의 조회수는 하루만에 10만을 우습기 넘긴다. 요약 위주의 임의로 편집된 컨텐츠를 보고 난 뒤 그것들을 제대로 향유한 것처럼 생각할까 두렵다. 차라리 원작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빠르고 많이 소비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삼켜서 소화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에 우리 사회 컨텐츠 세태는 빨라야됨을 대놓고 부추긴다. 따라가지 못하면, 유행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면 낙오자로 만들어 버린다.


트렌드의 세태는 또 얼마나 빠른가? 기업 마케터의 책상에는 항상 트렌드 코리아 책이 비치되어 있겠지만, 앞을 예상하기는커녕 그저 지금 유행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관광공사 홍보영상에서 댄스팀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더니, 광고에서 다른 복장, 다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고, 스우파가 크게 회자되자 방송, 광고할 것 없이 출연진을 섭외해 각 컨텐츠들의 목적에 그들을 끼워 맞춘다. ‘헤이 마마’ 음악만 나와도 너무 뻔해서 질릴 지경이다. ‘미스터 트롯’은 말할 것도 없고, ‘쇼미 더 머니’ 역시 같은 포맷으로 나아간다.


’1박 2일’로 부터 시작된 리얼 버라이어티를 ‘런닝맨’이 10년 넘게 우직하고 이끌어나가고 있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시들해지자 대체 스타일로 열풍을 끈 관찰 예능은 ‘아빠, 어디가?’로 시작해 보고 싶지도 않은 연예인의 하루 생활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로 피크를 찍은 느낌이다. ‘슈스케’로 시작된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로 현업 가수들을 불러 모으고, 트로트와 성악 등 다른 장르들을 찔러 아저씨와 아줌마를 미치게 하고, 쇼미가 10이 될 때까지 10년을 힙합으로 우려먹고 고등학생 래퍼를 찾더니, 이젠 노래로는 식상한 지 댄스 경연으로 새로운 가지치기에 성공한다.


위 예시들은 공중파와 종편, 즉 TV 브라운관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확장하여 모든 컨텐츠에서 다양함을 바라는 건 욕심일까? 하고 반문해 본다. 우리가 소비하는 컨텐츠들이 너무도 비슷한 형태라서, 너무도 획일적인 방향성이라서 놀랍다. 3S를 내세우며 대중을 우민화하고자 했다던, 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그 시절의 재림인가, 싶기도 하다. 그 시절엔 정치에서 관심을 떼려 한 성동격서 같은 사회화 정책이었다고 하지만, 반대로 그 정책으로 인해 문화예술과 스포츠가 융성해지는 시발점이었다는 것은 쉽게 부인할 수 없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컨텐츠 시대에서 무엇이 융성해질 수 있을까? 융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시발점이 있다면, 훗날 뒤돌아 봤을 때 그때 무언가 시작했다!라는 긍정의 신호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자문자답을 해봐도 좁디좁은 본인의 지식선에서는 도통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단, 나부터 주체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하고자 마음을 고쳐먹고, 당신도 그랬으면...이라는 기대가 머리에 가득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