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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enye Kwon Feb 05. 2016

내가 숨쉬는 세상

생각한 것을 계속 생각만 하는 당신께

어렸을 때부터 하늘을 그리고 있었다.

내 머리 위 하늘은 어떤 모양을 띄고 있는지 궁금해 틈만나면 하늘을 바라봤다. 동시에 내 발아래 길을 그려나갈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내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어떤 드라마틱한 일들이 일어날지를 매일밤 생각했었다.


그만큼 난 일상적인 삶의 루트에 관심이 없었다. 졸업, 취직, 출퇴근, 저축 그리고 결혼, 자녀 등등은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나는 항상 꿈을 꾸고, 아름다운 날개를 만들고, 그것으로 이세상 저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것인줄 알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 현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타고난 성격덕에 밥은 먹고 살게 된 지금.

난 내가 꿈꾸던 아름다운 날개도, 이세상 저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자유도 내겐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게 말도 안되는 상상인지도 알았다. 하지만, 틈만나면 하늘을 보고 공상을 하는 버릇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상의 내용은 어릴 적 무료한 여름방학의 어느 오후에 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형태는 달라질 지언정 내 안에서 갈구하는 것은 같았다.

38세. 사회생활 10년차. 세상의 비열함과 씁쓸함을 대충 맛본 지금도 여전히 졸업, 취직, 출퇴근, 저축 그리고 결혼, 자녀 등은 관심이 없고, 아름다운 날개와 이세상 저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자유를 꿈꾸고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이말은 고집불통 어르신이나 못되먹은 회사 상사의 뒷담화에서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내 안의 열정과 감성을 고백할 때도 적용된다. 나는 그동안 변하지 않았다. 나이도 먹고, 피부도 늙었고,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도 하지만, 좋아하는 공기, 냄새, 소리 그리고 감성은 동일하다.


다행인 것은 방세를 내기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을 해오지만, 아직 내가 좋아하고 꿈꿔오던 것을 위해 조금씩 행동할 에너지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6년 전 초록 검색창에 '작가과정'을 쳐 넣은 게 시작이었다. 2개의 작가과정을 듣고 꿈을 구체화하고, 여행을 길게 다녀와서 여행기를 썼고, 지금은 사진과 버무려 여행기를 만들고 있다. 5년이 걸렸다. 책은 출판사와 엎치락 뒷치락을 하다가 결국 내가 돈을 마련해 준비하게 되었다.

글을 쓰고, 여행을 한다는 막연했던 상상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처음 가는 길이니 당연히 어려웠고, 밥벌이 노동을 병행하니 시간은 배로 걸렸다.

그래도 꾸준히 걸어왔다. 시작은 그날 초록 검색창에 '작가과정'을 쳐 넣은 것이었다. 그 작은 시도가 이렇게 결실을 맺었다. 다행인 것은 어릴 적 좋아하던 것은 지금도 좋다는 것이다. 난 변하지 않았었다. 다행이다.


책을 내는 과정 또한 지난했기에, 난 브런치에 글을 쓰고, 독립출판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면을 적어낼 생각이다. 이 글이 막연히 하고 싶은 것을 생각만 하던 이들에게, 나처럼 독립출판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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