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태백
기차가 주는 피로함이 있다. 이 육중한 쇠덩어리가 달리며 내는 덜컹거림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다. 말을 탔을때랑 비슷한 거 같다.
언제부턴가 KTX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왜 굳이 그렇게 빨리 달려야 할까. 그 속도를 몸이 감당하느라 항상 빨리 도착해도 더 피곤했던 거 같다.
기차여행 왕복 6시간. 1박2일로 태백에 다녀왔다. 별로 한 건 없고, 하늘만 실컷 보고 온 것 같다. 고도가 높아 구름을 손으로 잡을 듯 가까운 하늘구경이었다.
돌아오는 무궁화호, 도착 한시간 남짓 남겨두니 슬 피로가 밀려온다. 소박한 여행을 한 뒤 의례느끼던 노곤함이다. 이제 집에 가서 가방도 풀고, 집청소도 하고, 냉장고 정리도 하면서 월요일을 준비해야겠지.
바쁠 한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에 마음이 무겁다가도, 에이, 그냥 기차라고 생각하고 끌고가보자. 하는 마음이 드는 건 태백 하늘을 실컷 봤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