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마치며
거의 4년 가까이 이어온 매거진이었다. 마지막 글이 나의 '종신 퇴사'여서 의미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실 앞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익숙해지지 않는 회사 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동시에 직장생활 15년 차, 퇴사는 12번을 한 내 20-30대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주제가 일관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었는데, 예를 들면 채용, 합병, 야근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소재로 시작하다가 리서치, 데이터 분석 같이 구체적이고 어쩌면 사적일 수 방향으로 간 것이 그렇다. 하지만,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얘기하면서 내가 하는 업무의 얘기를 하지 않으면 겉핥기식으로 흐를 것 같아 어쩔 수가 없었다.
19개의 에피소드를 훑어보니,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이슈를 전반적으로 모두 다룬 것 같다.
# 계약 관계
# 야근 - 근무태만
# 협업 - 팀 - 동료
# 조직 - 합병
# 직업 - 업무
# 리서치 - 데이터 분석
이 항목들 중 철저하게 내가 기쁨을 느꼈던 부분은 업무 자체 즉, '#리서치 - 데이터 분석'이다.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 협업, 팀, 계약 등은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고 되려 나를 가두는 감옥처럼 느껴졌었다.
아직도 이 이질감이 익숙해지지 않는데, 이런 점이 나의 반복된 퇴사의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만 일할 수는 없고 함께 일하면서 나타나는 시너지는 분명 있으므로 조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조직이든 사회든 어떤 실체가 돌아가게 하는 근원적 에너지는 그것을 구성하는 20%에서만 충당된다. 나머지 80%는 20%가 내어주는 에너지에 올라타 size 혹은 '쪽수'를 채워주는 것이다. (생각 없는 투표을 하는 사회 구성원들, 교실 몇 앞줄 뒤에 앉아 딴짓을 하는 학생들, 자리를 채우려고 출근하는 많은 꼰대 직장인들이 그렇다)
80%의 허수에 속하기 싫어서 근무 태만이 만연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에이전시로 이직을 했지만, 에이전시의 매출 채우기, 실적 채우기에도 80%의 허수는 존재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진짜가 아닌 보이는 데 신경을 써야하는 관계도 많았다. 이 모든 게 garbage 같았고, 9-6 & Mon-Fri로 시간을 보내자니 내 인생이 garbage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매일이 허망했고, 나는 조직만 들어가면 우울해져 갔다.
이번 퇴사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정도로 퇴사 이유가 명백했지만, 나는 이전의 퇴사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안다. 이유는 단순히 조직이 싫어서이다.
조직에서 벗어난 지 일주일. 나는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사용했다. 산책을 하고, 점심을 차려 먹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는 것과 같이 내가 원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웠다. 그런데, 왠지 쫓기는 마음이었고, 초저녁에 지쳐 쓰러져 잘 만큼 피곤함도 밀려왔다.
정신과 상담을 다녀온 지금, 나는 이 감정의 실체를 희미하게 감지한다. 그것은 100%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들 안에서도 여지없이 garbage는 끼어든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나는 의미없는 짧은 시간도 용납하기가 싫었다. 항상 20%가 발휘하는 그 밝고 건강한 core energy로 나머지 80%의 시간도 채우고 싶었다. 그러니 내내 마음이 불안했던 것이다.
'I am heaven, I am sky'
'I am 만트라'가 너무 작위적이라고 했더니, 의사가 다시 시도해보라고 알려준 문구다. 세상은 맑은 구름도 있고 먹구름도 있지만 그 구름들이 '나' 자신은 아님을 자각하라는 얘기였다. 일시적인 먹구름 때문에 상심할 필요가 없듯이, 맑은 구름 때문에 우쭐해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순간의 감정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절대 한낯 cloud에 매이는 것이 아니라 구름 뒤에 존재하는 sky임을 잊지 말라고 했다.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철저하게 '사무실'의 삼라만상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자아적인 면이 너무 집중되어 결국 개인적 에세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나의 2-30대는 '사무실'과 '나'의 애증 관계에 허덕이던 시기였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사무실'과 '나’는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없고, 설사 관계가 맺어져도 내게 불편함을 준다는 결론을 얻은 것만으로도 매거진을 쓴 의미가 충분하다.
다음에는 무엇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닌 온전한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바로 '人間'.
'너 자신을 사랑해' 같이 존재 자체가 의미 있다는 외침들 사이에서 그 논의가 정말 의미 있는지 혹시 상실한 사람들의 자위는 아닌지 의구심이 들어 이런 탐색을 해 보고자 한다.
많은 철학 담론이 녹아 있는 이슈지만 전문 지식을 동원할 능력도, 생각도 없다. 그냥 그동안 개개인의 useless를 느끼게 해 준 조직에서의 경험과 그 안에서의 개인적 사유를 풀어놓을 생각이다.
앞으로 두 번째 매거진을 기대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