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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Jul 15. 2021

전시 준비를 하다가 만난 숲속여름

키마 작가의 전시를준비하며



갤러리 일을 하다보면 이런생각이 든다.


작가의 머릿속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 저 모든 것들이 머리와 마음에 들어가 있는건지 신기하다.


키마 작가의 세계에는 설명할  없는 수많은 자연적 존재들이  살아  쉰다. 최초의 레몬, 다람쥐, 토끼 빙수 아이스 토끼, 서머 카페  작품 제목만 들어도 감정이 풍성해지고 캔버스위 신비로운 추상세계다채로운 색감들로 마음이 설렌다.      



전시 D-3, 대부분의 작품 설치는 끝났고 전시 준비도 이제 마무리 단계다. 현수막 달기, 시트지 붙이기와 같은 작은 일들이 남았다. 우리 인턴은 네이버 스토어에 모든 작품을 업로드했고 작품 리스트도 만들었다. 디자이너도 콘셉트에 맞게 핸드아웃 페이퍼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전시 하나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인다.      



가장 분주한 건 작가 본인이다. 우리 갤러리의 킬링 포인트인 빛이 들어오는 큰 창문에 페인팅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 한동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요즘 들어 갤러리 이외의 외부 전시나 개인 일정이 바빠져서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에게 오히려 갤러리에서 작가와 교감하는 것은  치유와 정리의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그림만 그릴  있다면 너무 좋아요.”     



저도 아무것도 안하고 작가님이 그림그리시는 모습을 구경하니 너무 좋네요 하고 속으로 대답했다.



갤러리 창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7월의 햇살 속에서 요기조기 바삐 움직이며 곳곳에 키마의 흔적을 남겨놓는다. 갤러리를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작가를 보고 있자니 작업노트에서 슬쩍 보았던 꽃과 나무, 동물들에 둘러싸여 있던 작가의 유년기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태어난 아기돼지를 손에 받고 따스한 온기와 생명력을 느꼈던 그때  소녀의 모습이 말이다.


갤러리는 마치 소녀의 숲속 처럼 보였다.    


여름 특유의 들뜬 냄새와 공기가 7월임을 실감하게 한다. 내가 작가에게 느낀 감정을 관객들도 끼면 얼마나 좋을까? 비밀스러운 시선으로 키마 작가의 청량한   세계에 들어오면 좋겠다.    


우리에게 예술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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