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보내고
5일간의 추석 연휴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올해 들어 처음 공식적으로 갤러리 문을 닫았다. 연휴 내내 갤러리 방문 전화가 와서 죄책감이 들었다. 연휴에 문을 연 갤러리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휴관한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 내 얼굴에 번아웃 직전에만 올라오는 뾰루지가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래서 못 쉬고 저래서 못 쉬다 결국 북촌 갤러리 1주년을 눈앞에 두고 5일을 통으로 휴관했다. 갤러리는 주말에 문을 열고 월요일 하루 휴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쉬지 않고 갤러리를 운영해온 나로서는 지칠 만도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과 미련들 때문에 근근이 지친 몸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가끔은 사사로운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휴식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더 큰일을 그리기 위해서는 나를 비워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갤러리를 비우면 온통 신경이 그리로 쏠려있다. 내가 외부에 있는 사이 중요한 컬렉터나 손님이 오면 어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득하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간 건 추석뿐만이 아닌 2021년이었다. 이제 10번째 전시를 맞이하고 가을 전시와 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다.
그사이 내게 조카도 생겼다. 아기에겐 관심도 없던 나였는데 추석 연휴 내내 봤던 조카가 지금도 눈에 밟힌다. 손톱도 발톱도 눈코 입도 인간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는데 미니미처럼 작고 귀여웠다. 올케는 출산 후 일을 쉬었다가 한 달 뒤에 복귀한다고 한다.
만약 내가 아기를 낳으면 갤러리는 어떻게 되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잠시라도 일을 그만두면 우리 작가들은 어떻게 될까 신작은 계속 쌓일 텐데 말이다. 나와 같이 작가를 섭외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작업실 가서 작품을 선정하고 작품세계를 글로 써 내려가고 유튜브도 촬영하고 편집하고 컬렉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만한 나의 분신 같은 사람이 있을까? 몇 달이라도 이 미술계에서 멀어지면 난 도태되겠지. 역시 난 아직 안 되겠다.
이래서 내가 못 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