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하는 자의 역량
전시 시작 10분 전,
갤러리에는 입구부터 내부까지 사람들이 웅성웅성 서있었다.
“설치는 1시간 전에 마무리해달라고 했잖아요!!”
갤러리에 소리치며 뛰어 들어갔다.
전시회를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던 관객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설치가 하나도 되지 않은 갤러리 앞에서
나는 망연자실했다.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대체 뭘 할 수 있지?
관객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내 명예와 신뢰가 모두 다 무너지겠지?
이제는 끝이다.
난 식은땀을 흘리며 또 잠에서 깼다.
바쁠 때 꾸는 꿈의 패턴이다. 아마도 빽빽한 전시 일정에 대한 부담, 작품 판매나 사람들의 관심에 대한 걱정 등 무의식 중 어딘가에 떠돌아다니는 두려움이 꿈으로 발현되는 듯하다.
최근에 무리 하긴 했다. 동시에 많은 일들을 고민하다 보니 신경성으로 면역력이 급격히 낮아진 것 같다. 매일 아침 두통으로 고통받으며 잠에서 일어난다.
최근에는 갤러리 경영에 대한 고민들로 뇌를 잠깐도 쉬게 할 수 없었다. 워라벨 같은 것은 나와 거리가 멀다. 물론 나를 도와주는 갤러리 식구는 늘어났다 지금은 디자이너와 어시스턴트도 있다. 하지만 남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있고 아닌 것이 있다.
갤러리에 하루 종일 앉아 손님을 맞이하는 시간의 농도에 비해 기획에 대한 고민이나 작가 셀렉, 작품 셀렉 등 일을 만들고 투자를 고안하고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에 들어가는 잠시의 에너지와 스트레스 농도가 훨씬 짙다.
몸값이 올라갈수록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이것만 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포기할 수없지 하면서 무리하게 일정을 추가하고 나를 갈아 넣게 된다.
소득 구조는 불어났고 이제 숨만 쉬어도 작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빠져나간다. 유지를 위해서라도 내 모든 시간을 일과 투자 몰입해야 한다. 단 하루라도 쉬면 이제 그 몸집을 감당할 수 없을까봐 불안해 하면서. 버는돈이이 커진만큼 나가는 돈 도 비례한다.
솔직히 각종 세금이나 연금이 빠져나가는 날엔 차라리산속 시골에 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갤러리 경영에 대해 혹자는 돈 많은 사모님들의 취미라 한다. 그런 곳 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다루는 것이 예술품이라서 멋져 보이는 것 뿐이지 실상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생존을 위한, 이 미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갤러리는 방심 했다가 돈말아먹기 딱 좋은 사업이다.
이렇게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좋은 점도 따라온다.
평범한 일상에 큰 가치를 둘 수 있게 되었다.
늦잠을 실컷 자는 것이나
평소에는 피티와 식단관리로 멀리하는 크루아상을 맘대로 먹는다던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
일 외에 관련 없는 사소한 고민을 하는 것 (예) 오늘 뭐 먹지?
하루 종일 유튜브 보기
걱정 없이 잠에 드는것.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들이다.
시시콜콜 한것에 신경을 쓰는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할수 있다.
그래서 내게 여가시간이 주어졌을때
최대한의 휴식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비교적 덜 붐비는 호텔의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고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마사지샵을 등록하고
운동은 개인 PT를 받는다
이왕이면 혼자 해결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투자가치 최대의 효율을 뽑는 것 그것은
사업 뿐 아니라 나의 여가시간에도 해당된다.
4100 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줄서서 먹는 것 보다
18000 짜리 호텔커피를 쾌적한 환경에서 마시는게 훨씬 머리를 비우기 좋다. 머리가 비워져야 새로운 생각이 비집고 들어온다.
허세나 사치로운 소비가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
맑은 머리로 일해야 좋은 선택을 하게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인간관계도 좁고 깊어져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게 된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잠시라도 시간을 빼앗기는게 싫어서다. 차라리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
극 외향인인 나는 일로 인해 선택적 내향인이 되어가고 있지만 가치투자에 대한 분별력과 효과적으로 휴식하며 자기관리 하는 것 도 능력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