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갤러리를 운영하며 느끼는 점
어떤 사업이던지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에 대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미술시장의 호황 때문인지 갤러리 운영에 관련해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30-40 년된 굵직한 규모가 큰 화랑도 많은데 나의 짧은 경험으로 누군가에 조언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경영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에겐 맞지만 그들에겐 틀릴 수도 있다. 수많은 화랑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러 번의 전시와 작가와의 관계 경험 속에서 갤러리의 색깔이 생기고 운영방법이 확고히 만들어진다. 일 이년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작품처럼, 그런 것이다.
갤러리 창업 관련된 강의 문의가 들어왔는데 아직까지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나 전화로 “ 어떻게 갤러리를 차릴 수 있나요?” 하고 문의 오는 사람들을 위해 접근성 있는 강의자료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자격이 있을까? 싶어 난감하다.
물론 할 이야기는 많지만 내 이야기를 정답처럼 생각할 이들을 생각하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 수많은 화랑이 있고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간단하지 않을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지자들이 있고
스타작가를 만드는 것
이곳에 강연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이야기를 남겨본다
유튜브 파도를 타던 중 내 마음속 깊이 박혔던 한마디가 있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예전에 함께 했던, 가수에서 벗어나 기획사 대표가 된 지 얼마 안 된 원더걸스의 유빈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표가 되는 건 너의 주위의 모든 사람이 너한테 서운해하는 거야”
순간 나의 지난행동들을 빠르게 복기해봤다.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일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마음 편한 시기가 있었던 적이 없다. 이제는 이런 상태가 오히려 익숙해져서 뭔가 머리가 한가해지면 이상할 지경이다.
오랫동안 일한 작가와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으로도 일 년의 스케줄이 가득한데 새로운 작가도 발굴해야 한다. 어떤 아트페어에 참가해야 할지 갤러리 전시를 제외한 경매, 콜라보, 외부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이 과연 실보다 득이 될지 고민해야 하고 작품이 발전하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조금씩 가격조정을 해야 한다.
갤러리를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들 큐레이터 디자이너 콜렉터님들과 생산자인 작가님들 까지 그 모든 상황을 조율하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100개여도 그중에 5개도 할까 말 까다. 내 한마디 무심결에 던진 말이 그들이 작품 세계를 그려나가는 데에 걸림돌이 될까? 잠 못이루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컬렉터의 조언이나 관객의 반응들 중에 예민해질 수 있는 사안은 꿀꺽 삼킨다. 언젠가는 알게 될 이야기다. 때를 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꼭 전해야할 말은 마치 영문 번역을 하듯 센스 있는 말로 바꾸어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말은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조언도 그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말이란 게 참 신기하게도 무조건 안 했을 때 더 이득이더라. 제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동의하게 할 수는 없으니.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안 맞는 사람만이 있을 뿐.
미술계에 부유하는 많은 소리가 있다. 질투와 배신감이 뒤섞인 감정들이 난무하며 누구를 향해 저격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 중심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미술계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렇다. 들어보면 각자 사정과 이유가 있을터 사람마다 계산법이 다르기에.
갤러리를 운영하면 할수록 갈증을 느낀다. 마치 영어공부를 처음 했을 때처럼, 초보 딱지를 떼고 중급에 들어서 어느 정도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을 때 그때부터 진정한 욕심이 생기고 내가 몰랐던 세계가 이만큼이구나 알아가야 할 것들이 이리도 많구나 하고 깨닫는다. 초보때는 절대 모른다.
처음에는 공간을 하나 갖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두 개를 가지고 있는데도 모자라다. 매일 밤마다 어떻게 하면 갤러리와 작가를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잠에 든다.
돈은 벌어도 벌어도 모자라게 느껴진다. 갤러리의 식구가 늘어나고 이상과 목표가 커지니까 당연한 처사다.
누가 뭐래도 나의 주요 모토는 작가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투자를 하되 생색내지 말고 감정을 빼는 것이다. 나와 작가의 공통 지향점은 작가의 성공이다. 그냥 그것을 위해 달리면 된다. 사사로운 감정은 일을 그르치고 감정적 언행은 후회하게 되어있으므로 언제 어디서든 입 조심을 하고 남의 이야기 함부로 하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는 나의 케어와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누군가는 부족하게 또 누군가는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아주 감사히 여겨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큰 동기부여로 삼을 것이다. 그것을 흡수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몫이고 그들의 마음이지 내 마음이 아니다.
결국 내 의도대로 상대가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갤러리운영의 기본이라 말하면 사업 자본금은 얼마나 들어갔을지, 투자대비 수익은 얼마일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실망일까?
참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는 것 마저 대표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