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 냉탕을 반복하는 스타트업 일과
스타트업에서는 비교적 작게건 크게건 아이디어회의를 자주 진행하기 때문에, 각자 회사 서비스를 위해 주장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스타트업들에서는 디자이너가 나 혼자인 경우도 있었고, 있어도 팀장님 1분만 계시는 디자인팀 자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팀원들의 배려였을 수도 있고, 실제로 디자인이 전문분야가 아닌 사람들이었으니 그럴수도 있지만
다들 내 디자인에 “좋다좋아”, “그렇게 하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듣고싶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건 칭찬과 수고했다 정도의 격려가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성장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해야하는 지에 대한 자극이었다.
유일하게 가능했던 조직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첫 스타트업
디자인편
A : "그 애니메이션 뭔가 엣지가 없지 않아? 약간 조잡스러운 느낌도 있고…좀 더 우리 앱 톤앤매너에 더 어울렸으면 좋겠는데..!"
B : "그것도 그렇고..좀 더 디테일로 살려야할 것 같아!"
C : "좀 다른 느낌 애니메이션도 보면서 비교해볼 수 있을까?"
나 : (사실 조금 발끈할 뻔 했지만..) "일단 더 고민해볼게!"
개발 QA편
A : "이 부분 컬러 추출 알고리즘이 좀 안맞는 것 같은데..?!"
나 : "그러게? 우리가 전에 정한 규칙에서는 saturation값이 40이하로 떨어져야하는데..내가 디자인쪽에서 보는 컬러팔레트랑 색이 많이 차이나는 것 같아.."
B : "색상때문에 좀 눈 아픈 느낌도 있어서 이부분은 시간 좀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개발자 : (조금 발끈할 뻔 했겠지..) "될 때까지 해볼게..나도 처음해보는 영역이라 시간은 좀 필요할 것 같아!"
원래 알던 친구들이었어서 그런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거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어서,
기능 하나, 기획 아이디어, 디자인 시안 하나씩 나올때마다 우리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리고 서비스가 재밌어서, 뭔가 더 나은 경험을 유저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서로를 대했던 것 같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닌, 기능/서비스에 대한 평가”
임으로 상처받을 일도 없었고, 오히려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었다.
디자인&개발 편
나 : "이번에 지도애니메이션 넣는 부분 디자인적으로도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최대한 비슷하게 개발해줘서 고마워. 시간 상당히 많이 잡아먹었을 것 같은데.."
개발자1 : "중간에 헤매느라 시간 많이 잡아먹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적용하고 나니까 우리 앱의 감성에 너무 잘 맞아서 뿌듯하네."
개발자2 : "디자인쪽도 진짜 다른 앱 생각 안 날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해줘서 고마워 ㅠㅠ 그래서 더 재밌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대표님 : "진짜 불가능한 스케쥴 안에서 서로 밤새면서 고생한 우리 팀원들 너무 고생했고, 무리했으니까 다들 일주일간 편히 쉬면서 개발,디자인 하지 말고 머리로만 아이디어들 생각해오자! 휴가도 뭣도 아닌것 같지만 일단 체력을 보충해오는게 우선 임무야:)"
(사실 이것보다 더 적나라한 단어들로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했지만, 글에 옮길때 살짝 언어를 순화시켰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잘못한 걸 꾸짖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다. 잘못된 길로 가는걸 막기위해..
하지만, 잘하고 고생한 걸 제대로 칭찬하고 보상해주는 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밍에 맞게 차갑고, 뜨거운 자극이 필요하다.
억지로 칭찬하려하지 말고, 또 배려없는 비난은 삼가하자.
(역시, 이상적으로 들리는 이런 조언,상황은 전제조건이 있어야겠지.)
대부분 사람들이 '싫은 소리'를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다.
기능에 대한 피드백이 어쨌든 그 사람의 머리와 손을 통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든 사람과 서비스를 떨어져서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서비스를 위해서, 사실은 더 나아가 만드는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마케터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저하지 말아야한다.
처음 시작을 말투는 부드럽게 하지만 담긴 메세지는 날카롭게 해보는 게 어떨까?
쉽지 않지만, "지금 애니메이션도 통통 튀고 좋지만..조금 더 움직임을 줄여서 애니메이션 그 자체보다, 액션하는 행위에 더 의미를 두게 하는 게 어떨까요? 조금만 애니메이션의 바운스가 덜 있으면 그런 의도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등의 표현을 사용해서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서로를 배려하려는 마음으로, 싫은 소리는 최대한 안 하려고 하고, 좋은 말로만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 모든 인간관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이긴 하다.
불편함이 있어도 나만 참고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서로의 성장과 서비스의 발전을 위해서 치열하게 서로를 피드백해줘야한다.
"비판할 때는 제대로 비판하고, 또 공감하고 격려해줄 때도 제대로 해주는 것"
뜨겁고 차가운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