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약속시간이 지난 지 2시간 만에 네가 왔다.
너는 뛰지도 않고 날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화가 났을 거라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오히려 너는 아침에 화가 난 일에 대해
나에게 하소연하며 위로받고 싶어 했다.
네가 싫었다.
그러면서도 욕을 못하고 너의 등을 두드리는
내가 더 싫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는데도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다.
이대로 '약속 시간 늦은 일'이
너에게 잊히는 것이 억울하다.
게다가 지금 즐거워하고 있는 내가 밉다.
헤어지는 길에
다시는 늦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헤어진다.
잘못하나 한 것 없는 날인데
마음이 무겁고 슬프고 우울해서 오는 길에
슬픈 노래를 듣고 위로받으며
애써 네가 다음에는 제시간에 나올 거라
믿어보려 한다.
내 노력만으로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