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들을. 먹어볼 만큼. 용감했다
영국언니를 만나고, 영국언니가 중국 생활의 허브가 되어 점점 많은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또 재미있게도 중국 현지 친구들도 생겨 (이 희한한 인연도 다음 기회에!) 내 중국 라이프는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중국어도 필요한 말을 하나 둘씩 할 수 있을만큼 늘었고, 기사님께 주소를 보여주지 않고도 말로 설명해서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매일 울던 나날들이 지나가고, 쑤저우에도 따뜻하고 너무 예쁜 봄이 찾아왔고, 내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의기소침해 집에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과일가게에 가서 사과를 가리키며 "즈슈 쎤머?? (이거 뭐에요?)"를 외치며 과일 이름을 배웠고, 야채 가게에 가서도 가지를 가리키며 "즈슈 쎤머???" 를 뻔뻔하게 시전하며 야채 이름을 배우기 시작했다. 언어를 배우고자 마음 먹으니 길에 걸어다니는 중국 사람들 모두가 내 선생님이었다.
어느 날은 밀크티를 마스터하겠다고 밀크티 가게 메뉴판을 들고와 하루종일 그걸 번역해 메뉴를 달달 외우고, 다음날 밀크티를 사러 자신있게 나서기도 했다. 내 희한한 경험의 대부분은 이런 성격에서 비롯되는데...
밀크티 중국어는 간단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펄 토핑이 들어간 밀크티는 중국어로 쩐주 (펄) 나이 (우유) 차 (차) 였다.
이베이 (한잔 ) 쩐쭈 나이차 ! 를 외치면 찬거? 더운거? 를 물어보는데.. 그때는 아직 겨울이라 난 항상 따뜻한 걸 달라고 했었다.
좋았어...
신나게 밀크티를 달달 외우곤 집 앞 베이커리에 가서 빵을 사는데 사람들이 맛나게 밀크티를 쪽쪽 빨아먹는걸 보곤 나도 밀크티 주문 할 수 있거든!!! 하는 뿌듯한 마음에 자신있게 주문을 했다.
-이베이 쩐주나이차!! (펄밀크티 한잔요!)
-부하오이쓰, 시엔자이 메이요우 쩐주.. (죄송한데... 지금 펄이 다 떨어졌어요)
아니.. 내 예상대로라면 찬거? 더운거?를 물어봐야 하는데..
도대체 뭐라는겨 ㅠㅠㅠㅠ
여기서 급 당황했지만 뭐라고? 라고 일단 되물어 보았다.
-쩐주 메이요우...
흠.. 쩐주가 없다고라고라?? 알아들은 내 자신이 기특하고도 신기했다.
그럼 어떡하지? 그냥 시키지 말까? 쩐주 없이 마실까? 온갖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직원이 뭐라뭐라 말을 덧붙였다.
-쩐주는 없지만....뭐랑..뭐랑..뭐랑..뭐가 있어요.
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쩐주는 없고 다른게 있다는 거 같았다.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해도 내가 아는 재료는 단 하나도 없음.
그래서 주워들은거 아무거나 하나를 입에 올렸다. 이제..내 밀크티엔 뭐가 들어갈지 모른다.
뭐 어때... 이런 재미도 있어야지.
그렇게 밀크티가 나왔다.
자..
나는 빨대로 밀크티를 신나게 빨아올렸다.
뭔가가 후두둗두두두두 입 안으로 떨어졌다.
용기를 내 씹어보니... 그것은...바로.. 팥이었다 ㅋㅋㅋㅋㅋ
팥빙수에나 들어갈 법한 달달한 팥!!!
내가 주문한 토핑은 바로바로 팥!!!!
하... 근데 마시는데 솔직히 좀 난감했다.
팥은 팥 맛이고 밀크티는 밀크티 맛인데... 그냥... 뭔가.. 두개의 조합이 딱히 어울리지 않았다 ㅜㅜㅜㅜ
팥 밀크티라니.... 딱히 또 마시고 싶진 않은 맛이었다.
그래.. 공부가 어설프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그 날의 웃픈 교훈이었다.
<그 외의 희한한 식품들>
이 몽귀파이는.. 너무 웃겨서 사 봤는데 롯데에서 나온건지 아니면 아예 대놓고 롯데를 베낀 상품인지 아직도 미지수다. 단 하나 기억나는 건 너무 맛이 없었다는 것... 파이가... 말라 빠져있었다....
이 김치들은 럭셔리한 제품만 파는 지우광 백화점 지하 코너에서 발견!! ㅋㅋㅋㅋ
으아니... 당마늘이란 말 자체도 처음 들어보고.. 쉰백김치는 도대체 뭘까. . .
게다가 그냥 김치는 또 먹고 싶다 김치?!?!?! 장담하건데 저걸 사 먹어도 절대 또 먹고 싶진 않을 것 같아.. 쟤네는 과감하게 패스했다. 쉰백김치가 너무 궁금했지만.. 남편의 강한 만류로 사지 못했다.
또 웃겼던 제품!!
아니!!
매운 허니버터감자칩이라니???
이걸 본 나는 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구매하였음.
한국에서도 엄청 인기 만점이라는 허니버터칩을 먹어 본 적이 없어 비교 불가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맛이었던 걸로 기억함. 근데.. 매운은 왜 붙인건지 모르겠지만 매운 맛은 단 하나도 없었음.
좌측 상단의 빨간 리본 안의 문구 <인기!!! 상품 증가중!!!!>이 상당히 웃긴 포인트.
아마 몽귀파이와 매운허니버터칩은 . . 한국 제품의 짭퉁으로 생각 됨. 한글을 읽고도 사 먹은 사람은 나 밖에 없을것이라고 감히 주장해 본다.
밑에서부터는 짭퉁 아닌 괴상한 맛들.
단호하게 말합니다.
사.먹.지.마.세.요.
진짜 감자칩에서 플레인 요거트 향이 나는데 도대체 이 조합은 누가 생각해 냈으며 왜 만들었으며 .. 그래 설령 연구와 신제품 개발에 눈이 돌아간 어떤 1인이 이런걸 만든다 하더라도 나같은 인간이 왜 샀는지 ... 3박자가 골고루 이해 되지 않는 괴랄하기 짝이 없는 조합이었다....
요거트 맛에 이은 오이맛 감자칩!!!
진짜 뻥 안치고!!!
감자칩에서 익숙한 <오이비누>의 향이 난..다...
솔직히 요거트 감자칩은 욕하면서 다 먹긴 했는데..
이건. . 두세개 먹고 버렸다 ㅠ_ㅠ
아직도 나오나요..? 현지에 있는 분들 피드백 부탁합니다... 나란 인간은 왜 이런걸 3원 80마오나 주고 사먹었던 것인가 ㅠㅠㅠㅠ
이 외에도 소주를 샀는데 짭퉁 소주가 걸린 적도 있다. ㅋㅋㅋㅋ
너무 웃긴게, 남편은 소주 한 잔이라도 마시면 얼굴이 벌개지는 알콜 분해 불가능증... (????)이 심한 자로써, 맥주 500cc도 1/3만 마시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자칭 타칭 알코올 감별사다.
그런데..그날따라 남편이 소주에 알콜이 없는 것 같다고 투덜대길래 소주를 많이 마시려고 멍석을 까는 수작인 줄 알고 소주병을 빼앗으려 드는데 세상에.. 소주를 반 병이나 마셨는데도 얼굴이 벌개지기는 커녕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술냄새 하나 안 나는 게 아닌가!!!!
아닌게아니라 소주를 마셔보니 밍숭맹숭하기 짝이없는 물 탄 맛이었고, 3-4병 정도를 같은 가게에서 사왔었는데 냉장고에 둔 걸 열어보니 그것들이 다 그 모양이었다.
<번외편>
호주 채식주의자 교수님의 괴식 경험담
호주에서 매년 2주간 중국 캠퍼스로 특강을 오는 나이 지긋한 영국 교수님이 계셨다.
성이 커리... (!!) 커리 교수님은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았는데 중국에 와서 말도 통하지 않고 채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나라다 보니 각종 어려움을 겪으셨다.
여하튼 그 해에는 특별히 중국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어로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쪽지를 코팅까지 해 오셨다.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저는 야채나 채소만 먹습니다. 저는 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조개, 새우를 포함하는 각종 해산물과 육류는 먹지 않습니다. >
이 쪽지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중국 식당에 갈 때마다 이걸 보여주셨다고 한다.
중국은 야채 요리도 잘 발달되어 있기에 대체로 무난하게 식사를 하실 수 있으셨으나..
어느 날은....
한 허름한 식당에서 저걸 내미니까 한참을 갸우뚱거리더니 박수를 탁 치면서 걱정 말라고 요리를 내어 왔는데..
그것인즉슨...
개구리요리와 전갈요리!!!!
교수님은 그걸 보고 기겁하셨고...
식당 주인은 신이 나게 이건 생선도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닭고기도 오리고기도 조개도 새우도 아니지 않냐며 박수를 치셨단다.
그 후 교수님의 코팅 쪽지에는 개구리와 전갈도 포함되었다고....
켜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