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영업팀에 새로운 직원이 합류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에 말수도 적은 김대리는 한눈에 막내 같아 보이는 야리야리한 청년이었다.
연구소로 입사한 그는 지원부서에서 5년간 근무하다가 최근 사내 마케팅대학에서 3개월간 교육을 수료한 후에 지점으로 발령을 받고 온 것이었다.
당시 회사는 공장과 연구소 인력을 대대적으로 조정하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순환업무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는데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사내 마케팅대학을 거쳐서 영업부서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마대' (즉, 마케팅대학의 줄임말)는 당시 회사의 구조조정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을 통해 직원의 역량을 향상하고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기회제공이라는 가치로 포장을 했지만, 정작 연구소에서 생산부서에서 루틴프로세스에 익숙했던 직원들에게 '마케팅'이란 단어는 어느 별자리 이름이거나 그들의 인생에서 만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직무여서 당황해하면서 입교를 하였다.
'마대생' 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어느 부서로 배치하든 토 달지 않고 출근하기
삼 일간 대학생활 해보고 이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상사에게 큰소리 한번치고 사표 쓰기
김대리는 매일 아침 영업부서에 출근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하게 앉아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처음 세일즈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던 모습과 흡사하여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퇴근길에 김대리에게 함께 우리 집에 가보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김대리와 함께 작은 단칸방에서 조촐한 저녁식사를 내어 함께 했다.
그냥 집밥, 별 것 없는 일식 삼찬의 저녁식사 반상을 김대리는 맛있다고 하면서 먹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대리. 나도 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막막했어.
세일즈교육 매뉴얼대로 고객을 만나긴 하는데, 어떻게 해야 고객 마음을 사로잡고 협상을 하고 매출을 올릴지 노하우도 없었고, 쑥스럽고 자존심도 상하고 한마디로 카오스 상태였지."
"삼일만 버티면 삼 개월을 버티고 삼 개월만 버티면 삼 년을 버틴다는 세일즈 선배님들의 명언을 새기고 '나'를 내려놓고 '세일즈맨 김용수'로 살아보기로 결심을 했었어.
다행히 여러 회사와 공장의 사무실 구경도 나름 재미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는 것에 호기심이 있어서 세일즈 환경에 그럭저럭 적응해 낼 수 있었어.
김대리는 차분하고 예의 바르고 사람을 잘 따르는 성향이 있으니 세일즈의 기술이나 프로세스를 고민하지 말고 오늘도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에만 초점을 맞추면 좋겠어.
수치심이나 자존심에 민감하지 말고 편안하게 인사하면서 고객에게 다가가보면 금세 세일즈에 적응될 거야.
세일즈는 매출의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과 마음의 다리를 이어가는 과정이거든..."
이후 일 년간
김대리는 나와 함께 대리점 방문과 기업체 영업방문을 함께 하면서 조금씩 세일즈맨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처음 영업팀으로 출근했을 때 보였던 야리야리한 새내기세일즈맨의 얼굴을 벗고 웃음기 가득하고 활기찬 세일즈맨 김대리가 되어 있었다.
세일즈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해 가는 것이고, 적응이 된 이후엔 고객을 지원하고 리드하며 함께 성장해 가는 사람이다.
'돌고, 돌고, 또 돌다 보면 고객은 증가하고 고객관계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새내기 세일즈에 입문하면 '이건 멍미'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에 놀라지 말고, 당신의 바로 앞에 있는 멘토에게 SOS를 청하라.
그리고 당신이 멘토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또 다른 김대리를 도와주라!
세상의 모든 새내기 김대리를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당신에게 있으며 그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당신은 더욱 성숙한 '세일즈 선배이자 어른' 됨을 갖추는 멋진 세일즈의 신이 될 것이다!
화이팅!!! 김대리 그리고 세일즈마스터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