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구입한 첫 차는 다른 차를 박은 적은 없지만 유독 받히는 일이 많았다. 지난 여름이었다.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햇살을 받으며 기분이 붕 떠 있던 오후였다. 한적한 도로 위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무서운 속도로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룸미러로 보였지만 설마 내 차를 박을까 싶었다.
콰아앙쾅!!!!!!!!!!!!!
너무 순식간이라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차량 뒷부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운명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새 차에 대한 물욕은 찰나의 관심을 넘어 집념으로 이어졌다. 뒤척이는 밤이 길어졌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던 고민에 심신이 지쳐갈 때쯤 미니를 만났다.
미니는 역시 3도어가 정답! 이름도 지었다. 동우야!
미니는 예뻤다. 성능과 연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예쁘지 않으면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런 기준은 이성을 바라보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미니와는 대화를 나눌 수 없으니까. 무조건 예뻐야 했다. 미니의 여러 단점을 상쇄하는 건 무엇보다 귀엽고 앙증맞은 디자인이다. 안팎의 느낌도 달라서 질릴 틈이 없다. 볼캐닉 오렌지, 딥 블루,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블레이징 레드, 미드나이트 블랙, 문워크 그레이 등 색상 이름도 센스가 넘쳐난다. 나는 문워크 그레이를 선택했다. 고급스럽지만 진부하지 않고 단단하고 세련됐다. 마치 슈트를 차려입은 영리한 축구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센터페시아, 계기반, 버튼 등 동글동글한 모양을 주요 테마로 한 실내 공간은 미니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비록 슈퍼카는 아니지만 슈퍼카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의 ‘토글스위치’ 시동 버튼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어서 시동을 걸라고 재촉하는 듯 연신 깜빡깜빡 불빛을 낸다. 미니의 실내 수납공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이가 있다면 다른 차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도 컵홀더가 2개나 있고 센터페시아 아래 공간에도 스마트폰 2개 정도는 거뜬히 넣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차에 짐을 두고 다니지 않는 편이라 불만은 없지만 덩치가 큰 친구를 조수석에 태워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긴 했다.
조작버튼도 참 앙증맞다.미니는 똑똑하다. 개성 만점의 외모처럼 제멋대로 굴 것 같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와 기분을 맞출 줄 안다. 운전대는 묵직하면서도 두툼하다. 이전 차는 조금 가벼운 편이라 급회전 순간에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에 반해 미니는 안정감 있게 중심을 잡아준다. 3세대가 되면서 서스펜션이 많이 향상됐다. 도로 위의 낙엽까지 느낄 수 있었다는 2세대에 비교하면 말이다. 그래도 단단한 하체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역시 작은 크기와 안락함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미드, 그린 등 총 세 가지다. 기어 레버 옆에 변경 스위치가 있어서 조작이 편리하다. 평소 출퇴근길이 도심과 고속도로를 모두 지나는 길이라 구간별로 모드를 자주 변경하는 편이다. 그린 모드도 평소 주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스포츠 모드를 주로 이용한다. 스포츠 모드의 빠릿빠릿한 느낌은 드라이빙을 즐겁게 해준다. 인수한 지 아직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복합연비는 리터당 19킬로미터나 된다.
나에게 미니 쿠퍼 D는 데일리카로 딱이다. 연비, 주행성능, 디자인 등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앞으로의 미니 라이프가 기대된다.
매거진 <모터트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