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기를 당하는가 (1)
내가 주로 드나들던 재테크 카페는 다음의 텐인텐이었다. 당시 국내 최고의 재테크 카페였고, 많은 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나는 그 글들을 허투루 읽지 않았다. 자산 형성 과정을 공유한 글이라면 내 방식들과 꼼꼼히 비교했고, 투자 이야기가 나오면 엑셀을 켜 놓고 수익률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글을 짚어가며 숫자로 바꾸었다. 부동산 글이면 네이버 지도를 열어, 글쓴이가 어느 포인트를 보고 투자했는지 머릿속으로 따라가 보았다.
금융위기 때 주식으로 돈을 잃었던 기억이 워낙 강했고, 십 원짜리 고스톱도 즐기지 않을 만큼 돈 잃는 일을 싫어하던 나는 철저하게 안전한 투자만 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월급으로 자산을 쌓는 사람이 손실을 보면 몇 년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모험적인 투자보다 수익률 100%인 절약을 더 하자. '월급쟁이는 결코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주식보다는 부동산 쪽의 글들을 훨씬 많이 보았다. 많은 글을 분석하며 읽고, 관련 서적들의 독서량이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의 기초 지식을 갖추게 되었다. 부동산의 수익률 계산법, 적정 가격 추정 방법, 가격 결정 요인들... 그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토지 용도 변경이 왜 지가를 바꾸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토지는 용도에 따라 발생시키는 가치가 달라진다. 농지는 농작물의 소출이, 상업용지는 그 공간에서 창출되는 상업적 수익이 가치를 만든다. 그리고 그 가치에 위험을 감안한 할인율이 적용되어 가격이 정해진다. 그러니 '선수'들은 요지에 있는 땅의 용도 변경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카페에는 진짜 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수인 척 폼만 잡는 허언증 환자도 있었고, 순수한 공유가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위험한 부류는 사기를 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그럴듯한 글 몇 개를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적어 내어 대중의 관심과 존경을 얻어낸 다음, "이렇게 호응이 좋을 줄 몰랐다"는 너스레를 떨며, 원래 그럴 생각이 아니었지만 기꺼이 자신의 실전 투자 내역을 공개하겠다며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그리고는 한 동안 글이 잠잠해지고, 수개월이 흐른 뒤에는 '당했다'는 사람들의 글이 카페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바보가 이런 수작에 속는 거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기는 바보가 당하는 게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