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가야 할 길을 그려보다 (1)
나는 종잣돈이 다 모이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돈이 생기면 어떻게 굴릴지를 미리 고민했고, 그 길을 먼저 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틈만 나면 재테크 카페의 글을 정독했고, 추천하는 책들을 헌책방에서 사다 출퇴근길에 읽었다.
사실 나는 결혼 전, 주식으로 뼈아픈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2007년 신입사원 시절, 나는 내게 시세를 볼 줄 아는 눈이 있다고 착각했고, 틈날 때마다 단타를 쳤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비싼 데이터 요금을 지불해 가며 휴대전화로 시세를 확인했고, 높은 수수료를 주어 가며 업장에 전화를 해 주식을 사고팔았다. 잠깐 요행으로 돈을 벌긴 했지만, 오래갈 리가 없었다.
단타에 싫증이 난 나는 투자 기간을 조금 늘려 보기로 했다. 당시 조선업 호황기에, 메이저 조선사들 중 한 곳이 해양오염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나는 그 종목의 본질이나 해상에서 발생한 사고의 규모와 여파, 금액적 규모 및 주당 시가총액에 미치는 효과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떨어졌으니 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그 회사 주식을 매수했다.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했고, 나는 오히려 물타기에 나섰다. 그 뒤 주가는 조금 반등하는 듯했지만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고, 불안감은 커져갔다.
그러던 2008년의 어느 날, 하루 밤 사이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얘기를 들어보니, 미국에서 금융 관련해서 큰 문제가 생겼고 이게 우리나라, 그리고 회사 재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거라고들 했다.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여느 때와 같이 선배들과 회사 뒤쪽 흡연장으로 향했는데, 그날 따라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보이고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울부짖으며 식용유 통으로 만든 재떨이를 걷어차더니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조금 움찔했지만, 무슨 사정인지 다 아는 듯 고개를 돌린 채 묵묵히 담배들만 피우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식창을 열었고, 머리가 하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대응할 새도 없이 잔고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돈도 아니었지만, 자신 만만하던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는 커다란 충격을 받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주가는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지만, 나는 이미 극한의 공포를 맛봤다. 그 이후 주식과 멀어졌고, 덕분에 원룸에서 종잣돈을 모으는 동안 주식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