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p01]

프롤로그 (1/2)

by Kema

사무실 구석에 위치한 회의실에서는 케이크 상자가 열렸다.



“축하합니다!”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나치게 작은 종이모자를 억지로 눌러 쓴 동료가 어색하게 웃으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었다.


누군가 김대리에게 다가오다 멈칫하고는 종종거리며 멀어졌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척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회의실에서 들려오는 말들이 귓전에 날카롭게 꽂힌다.


“과장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오늘 한잔해야죠!”


떠들썩한 회의실 때문인지, 텅 빈 사무실이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졌다. 또 한 번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온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왜 여기 앉아 있는 걸까.






김대리가 입사했을 무렵 회사는 겨우 불황을 털고 일어서던 참이었다. 인력은 늘 부족했고, 복학 전 짬을 내어 구청 문화센터에서 배운 파워포인트와 엑셀 실력이 의외의 무기가 되었다. 경영진 보고서까지 떠맡아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고, 동료들 사이에선 “신입 팩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4년쯤 그렇게 굴러다니다 보니 재무 기획 임원의 눈에 띄었다. 모두가 기피하면서도, 동시에 여길 거쳐야 ‘핵심 인재’라는 소문이 파다한 부서였다. 무섭긴 했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더 앞서 김대리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연차가 쌓여 ‘대리님’이라 불릴 때는 꽤 흐뭇했다. 하지만 새 부서는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살벌했다. 회계사가 기본인 동료들 틈에서 자격증 하나 없는 건 김대리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살아남는 방법은 오래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


첫 업무는 하필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파생 상품 분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임자는 파일 몇 개만 던져놓고 쿨하게 사라졌고, 시스템은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으로 뒤집히는 중이었다. 하루하루가 자격증 없는 사람을 시험하는 무대 같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자 사무실은 텅 비었는데, 김대리만 남아 모니터 불빛에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연휴를 다 써 가며 씨름한 끝에야 겨우 일의 흐름이 잡히고, ‘아, 이게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 감이 왔다.


부서에서 제일 어리고, 업무 지식도 제일 없는 김대리는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다.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도 회사에서 보냈다. 기술도 없이 체력 하나 믿고 옥타곤에 들어선 파이터가 된 느낌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김대리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고, 입지가 조금씩 굳어져 갔다. 그리고 드디어 파트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다. 긴 터널 끝에서 처음 불빛이 비치듯, 작은 성취감이 김대리의 가슴 속을 밝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