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308]

그게 매도 원칙이라니

by Kema

"투자에는 정답이 없지만, 나에게는 원칙이 있어.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바로 자네가 묻는 ‘매도’에 대한 원칙이지.”


한부장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압도적인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김대리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건 말이야…”









김대리는 며칠을 두고 고민했지만 한부장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절대로 팔지 않는다는 원칙이 매도 원칙이라니.


마치 승진하려면 일을 하지 말라는 조언 같았고,

자유로워지려면 더욱 얽매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한부장은 ‘절대로 매도하지 않는’ 매도 원칙에 단 두 가지 예외만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예외들조차 너무나도 당연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첫째, 현금이 필요할 때.

둘째, 더 나은 투자 대상을 발견했을 때.








김대리는 이 원칙과 예외들에 어떤 심오한 진리가 있을까 싶어 머리를 싸매고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목마르면 물을 마셔라’거나 ‘추우면 옷을 입어라’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특히나 아파트를 언제 팔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자신에게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듯 했다.


한부장은 왜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했을까.



한부장이 그냥 그날 농담처럼 아무 말이나 떠오르는 말을 한 걸까?

아니면 너무 초보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골려먹으려 한 걸까?

하지만 김대리를 바라보던 그 날 한부장의 눈빛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진지함이 있었다.



김대리는 그 날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되감듯 떠올려 보았지만, 도무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희윤아, 지난번에 한부장님 만났을 때 있잖아.”

김대리는 한부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매도 시점을 묻자 한부장이 자신의 원칙을 알려주었는데,

’절대로 매도하지 않는다’가 매도 원칙이고, 다만 두 가지 예외가 있다고.


현금이 필요할 때. 그리고 더 나은 투자 대상을 발견했을 때.



“대체 이 말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걸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다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 같지도 않거든.

뭐 그런 거 있잖아. ‘어깨에서 팔라’던가 아니면 ‘몇 퍼센트 오르면 팔라’던가 하는 조언도 아니고.

절대 팔지 말라니…이게 무슨 매도 원칙이야.”




희윤은 말없이 듣기만 하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율이는 세상 모르고 잠든 채, 도로롱 하고 평화로운 코고는 소리를 냈다.


“오빠.”

“응?”


“혹시… 부장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그거 아닐까?

좋은 물건을 쉽게 놓지 말라는 거.”


김대리는 눈을 깜박였다.

“쉽게… 놓지 말라고?”


“응.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일 뿐이고, 진짜 강조하고 싶으셨던 건 ‘팔지 말라’는 거일 수도 있어.


좋은 걸 갖고 있다면 단기 시세에 휘둘리지 말고,

정말 필요한 순간까지는 절대 놓지 말라는 뜻이었을 수도 있어.”




김대리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자신은 두 가지 예외에만 매달려 ‘언제 팔까’하는 타이밍만 고민했는데,

희윤이 한순간에 그 말의 본질을 꿰뚫은 것 같았다.


감탄을 넘어서, 살짝 질투까지 느껴졌지만,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을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이 훨씬 컸다.



“희윤아… 그럼 우리 아파트도?”

김대리가 조심스레 묻자, 희윤은 작게 웃었다.


“응, 오빠. 한부장님 말씀이 그게 다일 것 같진 않지만… 왠지 지금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김대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부장의 말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았다.

팔 시점을 고민하기보다, 좋은 투자 대상을 먼저 찾으라는.


아직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먼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출구가 어렴풋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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