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1]

김대리의 꿈

by Kema

언젠가부터 김대리는 늘 건물 하나가 갖고 싶었다.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되기를, 또 누군가는 코인으로 단숨에 대박이 나기를 바라지만,

이상하게도 김대리는 그런 요행보다는 묵묵히 월세를 내어주는 건물을 상상하는 쪽이 더 기분이 좋았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그 안정감이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더하지 않아도 지속된다는 사실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수록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다.






“희윤아, 나는 왜 월세라는 단어에 이렇게 끌릴까.”


생각에 잠긴 김대리가 중얼거리듯 말하면, 희윤은 희미하게 웃곤 했다.


“다른 사람들은 막연히 한 방을 꿈꾸는데… 오빤 참 꿈이 구체적이다.”

“큰돈이 생기면 또 고민해야 하잖아. 건물만 있으면 생활비가 자동으로 들어오는데.”


월급처럼 일하지 않으면 끊기는 소득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 날짜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


김대리에게 건물은, 삶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탱해 줄 든든한 기둥처럼 다가왔다.



하율이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읽어주던 때도,

김대리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선택 앞에서 괜히 목소리가 떨렸다.


월세처럼 따박따박 주어지는 황금알을 스스로 끊어버린 주인공들의 어리석음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율아, 매일 황금알을 낳아주는데, 왜 굳이 배를 갈랐을까.

그냥 두었으면 평생 문제 없이 먹고 살았을 텐데.”


하율이는 거위가 죽었냐며 울상을 지었고,

김대리는 거위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김대리에게 건물이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었다.

안정과 여유를 낳아주는, 동화 속 거위 같은 존재였다.


세상이 흔들려도 매달 변함없이 들어오는 현금 흐름.

김대리는 그 확실한 안정감을 언젠가는 꼭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둘의 재무제표에 찍힌 자산은 어느덧 소형 아파트를 포함해 5억을 훌쩍 넘어 있었고,

부채라 해봐야 전세보증금 2억 5천만 원뿐이었다.



아직 건물을 소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금액이었지만, 김대리는 잘 알고 있었다.


돈을 다 모은 뒤에 시작하면 너무 늦다.

먼저 공부를 시작해야, 자금이 준비되었을 때 물건을 보는 진짜 안목이 생긴다.



마침 날씨도 풀려, 주말이면 하율이를 데리고 나들이 삼아 발품을 팔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였다.

김대리는 평일 밤마다 매물 지도를 뒤적이며 주말 투어 코스를 짰다.







대로변에 자리한 상업용 건물들의 호가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들도 강남 같은 중심지에서는 여전히 수십억, 혹은 백억 단위에 거래되었지만,

변두리로 갈수록 언젠가 도전해볼 만한 가격대까지 내려갔다.


매물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김대리는 숨쉬기가 어려울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름다운 일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상업용 건물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었다.

상가와 사무실의 집합체였고, 수많은 업종과 상권의 성패가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였다.

상권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입점 업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다.




김대리는 아버지의 친구 이야기를 떠올렸다.


서울 중심부 구분상가를 분양받았다가 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임차인을 못 구해,

월세는커녕 관리비만 꼬박꼬박 본인 주머니에서 부담하는 신세라는 것이다.


심지어 주변에는 월세를 아예 받지 않고, 관리비만 내는 조건으로 세입자를 모집해도 공실이 해소되지 않는 상가들이 많았다.


시장은 냉정했고, 월세가 늘 자동으로 들어와 주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