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모든 위대한 예술가는 예술사를 요약하는 자기 고유의 방식이 있다.”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라는 책이 있는데, 철학사에서 들뢰즈가 특화한 ‘생성’을 대변하기도 하는 제목이다.
철학사의 거점들의 철학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닌, 그것에 대한 해석적 지평으로 나아간다. 들뢰즈는 잉태와 출산에 비유하는데, 이건 니체의 비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니체주의자이기도 하니까.
‘philosophy’가 그런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엔 지혜에 대한 에로스다. 그로써 잉태되는 새로운 지평은 새로운 철학으로 산출된다.
그러니 니체가 말한 자신의 철학과 들뢰즈가 말하는 니체의 철학이 온전히 같을 순 없다는 거지.
들뢰즈가 가장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헤겔조차, 지젝이 ‘너는 이미 헤겔 안에 있었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이미 그의 연인이었다.
지젝은 ‘오해의 철학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을 오해했고, 헤겔은 칸트를 오해했으며, 마르크스는 헤겔을 오해했다. 가장 오해받은 철학으로 알려진 헤겔과 니체는 들뢰즈에게서도 오해가 된다. 그 오해가 각자의 해석이라는 거야. 물론 그 오해가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아전인수 식의 ‘왜곡’과는 차이가 있는 거고...
전제는 전체에 대한 이해라는 것. 실상 모든 철학자들이 그러했다. 오해일망정 철학사를 두루 이해한 이후에 자신의 철학을 개진한 것이지. 저 홀로 하이데거였고, 저 홀로 사르트르였겠는가 말이다.
예술사에서 마르셀 뒤샹, 잭슨 폴록, 앤디 워홀도 마찬가지. 앞뒤를 채우고 있는 예술의 사조와 시대의 현상을 관통하는 자신들의 예술 철학이 합이 맞아 잉태가 된 거지. 그래서 그들의 개념미술은 미학사에서도 다루어지는 거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적어내리기 시작한 글인데, 또 내가 뭐라고... 내 스스로나 돌아봐야 하는 일이지.